김기종을 어떻게 보아야 할것인가?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 피습 용의자 김기종과 관련해 정치권, 특히 야권에서는 ‘개인의 일탈행위’라고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간 김기종의 언동과 북한 대남선전의 내용이 그 내용이나 시기적으로도 유사성을 담고 있어 ‘사상적, 이념적, 이데올로기적’ 테러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일 북한 조선인민국 총참모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키리졸브 합동군사연습은 위험천만한 북침전쟁연습으로 우리 혁명무력은 절대로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것과 관련, 김기종은 바로 다음날인 2일 자신의 페이스북과 ‘우리마당’ 소식지에 “결국 훈련이 끝나는 4월말까지 대화가 이뤄질 수 없는 분위기. 한반도 분위기 동토처럼 얼어붙는 중”이라는 글을 작성했다.
테러범 김기종
1월 11일에는 “전쟁연습(…)신의 있는 대화가 이뤄질 수 없고 북남관계 전진은 불가능”이라는 북한 민주조선 글이 나오고 약 한 달 뒤인 2월 24일 김기종은 “남북대화 가로막는 전쟁훈련 이제 그만, 전쟁연습 그만하고 남북대화 재개하라”라는 요지의 기자회견에 참석해 자신의 주장을 피력했다. 1월 29일, 역시 북한 민주조선에서 “5·24조치는 북남관계개선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그는 4일 뒤인 2월 2일 “5·24조치 해제하면 6·15선언 이행 등 모든 것 해결될 것인데”라는 내용의 우리마당 칼럼을 발표했다.
또 지난해 10월 4일 북한이 노동신문에서 “반공화국 삐라살포 긴장격화(…)북과 남은 10·4선언을 통해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나가야”라고 주장하자 그는 꼭 열흘 뒤에 우리마당을 통해 “전단살포와 총격전은 정전협정의 한계”라면서 “평화협정과 평화체제로 극복해야 한다”고 북한의 주장과 일맥상통한 글을 게재했다. 아울러 그는 2014년 10월 3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에 대한 북한의 비판이 있은 지 20일 만에 “국가위상회복 위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하라”라는 내용의 우리마당통일문화연구소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 14일에는 우리민족끼리가 한미연합 해병대 상륙훈련에 대해 “선제공격 위한 해병대 대규모 상륙훈련 벌려놓을 리유 없다”고 선동했고, 김기종은 열흘 뒤인 3월 24일에 한미연합 해병대 상륙훈련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에 참여했다. 이밖에 그는 2013년 10월 한미방위비 분담 협상에 대해 “괴뢰들은 무려 1조원 이상의 분담금을 걸머지게 됐다고 한다”는 내용의 노동신문 보도가 나오자 두달 뒤 “주한미군 주둔비 대폭삭감과 불법전용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는 시민단체의 공동선언에 참여했다.
우리민족끼리 리트윗
2010년 10월 5일 우리민족끼리가 PSI 훈련을 비방하자 8일 뒤 “PSI 훈련은 통일을 원하는 우리 민족의 요구와 정면배치된다”는 우리마당통일문화연구소 성명을 발표하는 한편, 앞서 2006년 7월 25일 노동신문이 한미FTA에 대해 “침략과 약탈의 올가미”라고 주장한 것과 관련, 두달 뒤 한미FTA 반대 시민단체에 공동본부장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들로 볼 때 북한정권과 김기종의 연결고리는 수사 대상이 아니된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것이다.
야권에서는 ‘개인적 범죄행위에 대해 이념논쟁이 불필요하다’, ‘개인적 돌출행위’, ‘극단적 민족주의자’라며 특정 개인의 일탈로 축소하고 있는데 그런다고 해결될 사항과 사건이 아닌 것이다. 김기종의 과거 행적이나 발언, 행동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이념테러라고 밖에 볼수가 없다.북한과의 연계성을 수사당국이 반드시 밝혀야 할 사안이다.
김기종의 '우리마당'은 종북단체 소속
김기종 우리마당 대표가 속해 있는 ‘전쟁반대평화실현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이라는 단체는 북한을 추종하는 성향을 지닌 진보 단체들이 주로 모여 있는 연합체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3년 결성된 국민행동은 그동안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북침 전쟁 연습”이라고 치부하며 북한의 입장을 여과 없이 남한사회에 전파해왔다. 특히 2013년 결성당시에는 현재 위헌정당으로 해산된 통합진보당도 참여한 바 있다.
전쟁반대평화실현국민행동의 반미시위, 민중의 소리 캡쳐
현재 국민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진보단체는 조국통일범민족연합남측본부(범민련), 한국진보연대, 민주민생평화통일주권연대(민권연대), 김기종의 “우리마당”,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미국문제연구위원회(민변),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민족문제연구소 등 약 40여개 단체다. 국민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 관계자들 상당수는 ‘종북행보’를 보이면서 공안당국에 조사 및 처벌을 받기도 했다.
방북중, 노수희
그대표적 인물로 노수희 범민련 남측본부 부의장은 북한을 찬양·고무·선전하는 행위를 목적으로 삼아 국가보안법에 위배되는 행위를 벌여 지난 2013년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노수희는 지난 2012년 3월 밀입북해 104일간 북한에 머물면서 북한체제 선전에 동조하고 북한 공작원들과 회합을 한 바 있다. 그는 방북 당시 김정일 사망 추모행사에 참석해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라는 글귀가 적힌 화환을 전달했으며 김일성 생가인 ‘만경대’를 방문했을 당시에는 “반인륜적 만행을 자행한 이명박 정권 대신 조국 인민에 사과를 만경대에 정중히 사과드립니다”라는 내용의 방명록을 작성한 바 있다.
한상열
한상렬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도 지난 2010년 6월 정부의 승인 없이 방북, 북한 정권을 찬양한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한상렬은 방북기간동안 “6.15를 파탄내고 한미군사훈련 등으로 긴장을 고조시켜 온 이명박이야 말로 천안함의 희생자들을 낸 살인의 원흉”, “(이 대통령은) 통일의 ‘통’자도 모르는 무식한 자”, “김정일 위원장의 지혜와 결단력에 감명했다”는 등 우리 정부에 대해서는 비난을 김정일에 대해서는 찬양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와 관련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전쟁반대국민운동 같은 단체들은 종북단체 협의체로 생각하면 된다”면서 “이들은 국가보안법 해체, 주한미군철수, 광우병 등 이슈별로 모여서 투쟁을 전개하는데 전쟁반대국민운동은 이러한 대표적인 협의체 중 하나”라고 말했다. 유 원장은 “북한이 평화수호 투쟁을 대대적으로 전개하라고 해서 이를 받아서 국내 종북 세력이 활동하는 것”이라면서 “전쟁을 유발시키는 것은 북한인데, 왜 전쟁 반대를 우리나라에서 주장하고 있나? 이들은 북한의 대남선전선동 그대로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매체(우리민족끼리), 리퍼트 테러 당일 새벽 "명줄 끊어놔야" 선동
한편, 김기종(55세)의 테러에 앞서 북한의 대남 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가 이례적으로 리퍼트 대사의 신변을 위협하는 발언을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북 매체가 전임 성 김 대사 때와 달리 리퍼트 대사에 대해 신변 위협적 발언을 한 것이 김의 범행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공안 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우리민족끼리는 지난해 12월 16일 리퍼트 대사의 언론 인터뷰 발언을 문제 삼으며 "리퍼트의 망발은 북침 전쟁을 몰아오려는 흉악한 기도"라고 비난했다.
키 리졸브 훈련이 다가오면서 리퍼트 대사에 대한 북 매체의 비난 수위는 한층 높아졌다. 올 2월 10일 리퍼트 대사가 한미의원외교협회 간담회에서 북핵·경제병진 노선 포기를 촉구한 것에 대해 "리퍼트는 함부로 혓바닥을 놀리다가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2월 22일에는 "리퍼트는 '긴 혀는 제 목을 감는다'는 말의 의미를 깊이 새겨야 한다"고 했다.
특히 테러 당일인 5일 새벽에는 "말로써 할 때는 이미 지나갔다"며 "미친 광증에 걸린 적들의 허리를 부러뜨리고 명줄을 완전히 끊어놓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현 정세는 내외 반통일 세력의 준동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단호한 결심을 내려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고 했다. 북한이 대남 선전 매체를 통해 남한의 종북 세력에게 테러를 선동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테러가 일어난 이후 모든 선전 매체를 통해 이번 테러를 '정의의 칼 세례' '남녘 민심을 반영한 응당한 징벌' 등으로 대서특필하고 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