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리퍼트 대사 테러' 특별수사팀 구성
서울중앙지검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사건 수사·지휘를 위해 특별수사팀을 구성했다고 6일 밝혔다. 특별수사팀에는 대공·테러 전담인 공안1부 검사와 수사관 전원이 참여하고 공공형사수사부와 강력부·첨단범죄수사부 등에서도 인력을 지원받아 20여명으로 구성됐다. 팀장은 공안수사 전반을 지휘하는 이상호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 맡았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 수사에 100명 가까운 수사인력이 투입됐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사건 발생 직후 수사부와 광역수사대·종로경찰서를 중심으로 75명을 동원해 수사본부를 차렸다.
검찰은 전날 공안1부(백재명 부장검사)에 배당한 이번 사건 수사지휘를 이날부터 특별수사팀으로 일원화했다. 특별수사팀은 피의자 김기종(55)씨에 대한 경찰 수사를 지휘한 뒤 사건을 송치받는 대로 배후세력이나 대공 용의점이 있는지 보강 수사할 방침이다. 김씨 기소 이후 공소유지까지 특별수사팀이 맡기로 했다. 한편 특별수사팀은 경찰이 신청한 김씨의 구속영장을 이날 오전 11시께 법원에 청구했다. 김씨에게는 살인미수와 외교사절폭행·업무방해 혐의가 적용됐다. 김씨의 구속여부는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늦어도 7일까지 결정될 전망이다.
리퍼트 대사 “수술경과 양호… 내주 초 퇴원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치료 중인 신촌세브란스병원은 얼굴 수술 경과가 좋아 오는 9일과 10일에 실밥을 제거할 계획이라고 6일 밝혔다. 리퍼트 대사는 의료진에게 한국어로 감사를 표하는 등 심리적으로도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다음 주 화요일이나 수요일쯤 퇴원할 것으로 보인다.
윤도흠 신촌세브란스병원장은 이날 오전 병원 교수회의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리퍼트 대사가 병실 내에서 자유롭게 걸어 다니고 있고 컨디션도 좋다”며 “(심리적으로도)우리보다 더 의연하고 안정된 상태며 되레 의료진을 격려할 정도로 여유를 보인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리퍼트 대사가 오전 회진 때 의료진에게 한국어로 ‘신경을 써준 한국민들에게 감사드립니다’고 말했다”며 “방송이나 트위터를 보면서 한국민들이 걱정해준 것에 대해서 고마워했다”고 설명했다.
리퍼트 대사는 3㎝가량 관통상을 입은 왼팔 아래쪽과 손가락은 통증과 저림증상을 호소하고 있지만, 2~3일 후면 통증도 감소할 것이라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리퍼트 대사는 병문안을 온 정갑영 연세대 총장에게 가벼운 농담을 건넬 정도로 상태가 좋은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관계자는 “정 총장이 ‘코넬 대학에서 공부했다’고 말하니 대사가 ‘코넬의 추운 겨울을 버텼을 정도면 굉장히 훌륭한 사람’이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고 전했다. 얼굴 수술을 집도한 유대현 성형외과 교수는 “실밥을 뽑고 나면 흉터를 적게 남게 하는 치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한미동맹 굳건하지만 대미협상력 악화 우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테러 사태 이후 한·미 양국이 ‘동맹의 굳건함’을 합창하며 빠른 수습에 나서고 있지만 향후 한국 정부의 ‘대미 외교력’이 수세적 상황에 몰릴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특히 ‘종북 인사’로 보이는 인사에 의한 초유의 외교사절 테러 사건이라는 점에서 한국정부가 중국을 의식해 어정쩡한 태도를 보여온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문제 등에 대해 미국이 공세적으로 나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정부가 한·미관계에서 어정쩡한 입장을 버리고 할 말은 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퍼트 대사의 테러와는 별개로 미국의 동북아 과거사 인식에 대한 ‘몰이해’가 얼버무려져서는 한·미 동맹의 심화를 가져올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과거사 갈등이 한·중·일 3국 모두의 책임’이라며 과거사를 덮고 가자는 취지의 발언을 한 웬디 셔먼 국무부 정무 차관의 발언이 당국자들의 요식적 해명 몇 줄로 묻혀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외교부 제2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6일 “오해가 생겼으면 풀어야 깊이 있는 동맹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리퍼트 대사 테러사건으로 인해 미국 측에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하고 먼저 미안해야 할 상황이 벌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셔먼 차관의 과거사 관련 일본 두둔성 발언과 관련해서도 “미국 측에서 한·미동맹과 한·미·일 3각 공조체제를 분리하지 않고 같은 맥락에서 보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사드 문제 등에서 압박이 현실적으로 다가오면서 우리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기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며 “우리 정부가 중국 변수를 너무 많이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문제는 우리의 안보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미 외교력이나 협상력의 문제를 거론하기 전에 시간만 끌며 주요 현안에 대해 어정쩡한 입장을 취해 온 우리 정부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외교안보 분야의 고위직을 지낸 대학 교수는 “미국을 탓할 게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주도적으로 결정해야 할 사안을 미뤄온 게 문제”라며 “사드나 위안부 문제 등이 모두 우리가 주도적으로 풀어야 할 우리의 문제들”이라고 꼬집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