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스마트 원전’ 수출길 열려-사우디와 MOU체결
사우디아라비아와 스마트(중소형) 원전에 관한 상호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함으로써 원전 수출에 새로운 길이 열렸다. 스마트 원전 2기를 사우디에 시범 건설해 운영하면 중소형 원전 상용화의 세계 최초 사례가 된다. 우리나라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건설 중인 대형 원전, 요르단과 네덜란드에 수출한 연구용 원자로와 더불어 ‘수출용 원자로 종합세트’를 갖추게 된다.
계약 체결되면 세계 최초 ‘스마트 원전’ 건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중반부터 관련 기술을 개발해 왔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2012년 세계 최초로 스마트 원전 표준설계 인가를 획득했다. 경쟁국인 미국은 셰일가스 개발 붐으로, 일본은 후쿠시마 사태에 따른 후유증으로 우리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원자력 전문가의 설명이다. 지상에 스마트 원전을 건설한 나라는 아직 없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MOU에 대해 “스마트 원전 분야에서 주도권을 굳힐 수 있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면서 “최근 수년간 원전 비리 등으로 추락한 원자력 기술의 위상이 회복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범건설·운영을 거친 뒤 사우디와 제삼국에 공동으로 수출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독자기술을 갖고 있는 우리가 필요 이상으로 양보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MOU에는 사우디의 원자력 인력 양성 계획도 포함됐다. 카이스트 교수진과 학생이 사우디 대학에 파견돼 학·석사 과정의 원자력공학과 개설을 지원할 예정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사우디의 ‘킹압둘라 원자력재생에너지원(K A CARE)’ 간 원자력 인력 양성 공동센터도 세운다.
사우디는 2040년까지 원자력 에너지를 17.6GW 확보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15∼20%를 스마트 원전으로 지을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MOU 체결로 2030년까지 180기로 추산되는 세계 스마트 원전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고 본다.
스마트 원전이란?
스마트 원전은 일종의 ‘미니 원전’이다. 국내에서 가동 중인 대다수 원전의 출력이 100만㎾인 데 비해 스마트 원전은 10분의 1 수준인 10만㎾다. 인구가 10만명인 도시에 전기와 담수화한 물 공급이 가능한 규모다. 스마트 원전은 기존 원전에서 제각각 떨어져 있는 가압기와 펌프, 증기발생기, 노심 및 핵연료를 하나의 원자로 압력용기 안에 모은다. 각 기관을 잇는 배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때문에 대형 원전에 비해 안전성이 뛰어나다.
한 번에 대규모 전력을 생산하긴 어렵지만 작은 원전을 바라는 틈새시장은 세계 곳곳에 있다. 에너지가 부족하지만 값비싼 원전 건설비용을 감당하기에는 경제력이 약한 개발도상국이 주요 공략 대상이다. 국토가 넓고 인구가 분산돼 대형 원전을 지을 경우 송전망 구축에 지나치게 많은 돈이 들어가는 나라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