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한국·대만 관계 이어주는 온옥분 씨

posted Jun 2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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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단교 직전 결혼…우여곡절 끝 1999년 정착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한국과 대만 관계는 계속 증진되고 있지만 더 좋아지도록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국교는 단절됐다지만 우리 부부처럼 두 나라 관계가 원만하니 좋습니다."

 

대만대표부 '신문조'(홍보팀)에서 일하는 대만 출신 결혼이주여성 온옥분(온위펑·溫玉芬·47) 씨는 2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나의 결혼이주는 곡절이 많았지만 어려움을 극복하고 함께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는 대만과 한국 관계의 현주소와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온 씨는 1993년 한국이 대만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하기 직전 결혼했고 급변하는 두 나라 관계 때문에 적잖이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온 씨는 "남편이 인천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대만으로 연수를 올 때까지만 해도 두 나라 관계가 그렇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며 "결혼 후 대만에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한국에 오자마자 주한 대만대사관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진 것 같은" 일이었지만 1979년 미국이 중국과 수교한 이후 한국도 서서히 대만과의 관계를 정리해가는 중이었다.

 

그 때문에 가족과 친지, 친구들로부터 "왜 한국 사람하고 결혼하냐"는 말을 많이 들었고 같은 이유로 결혼식 참석을 거부한 친구도 있었다. 그렇게 힘겹게 결혼하고 한국에 오자마자 '단교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그는 "남편도 갑작스러운 사태에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며 "법무부 등 관계 당국을 찾아다니며 내 체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당시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그래서 그는 한국 온 지 보름 만에 귀국해야 했고 비자 대신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아 한국에 다시 올 수 있었다.

 

여행증명서만으로 단기간 머물다 대만으로 돌아가는 생활이 몇달간 이어졌다.

'국교 단절'을 넘어 사랑으로 이룬 가정을 지키기가 힘겨워질 즈음 돌파구를 찾았다.

 

남편 근무지인 경기도 인천의 아파트를 분양받은 참에 대만으로 돌아가 복직해 돈을 벌기로 한 것이다.

 

그는 "큰이 다섯 살이 될 때까지 친정 부모의 도움을 받으며 혼자 딸을 키웠고 1999년 다시 한국에 와 정착했다"며 "양가 가족 등 주변의 도움으로 어려운 시기를 잘 넘기고 가정을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1995년 한국에 대만대표부가 생기면서 체류 상의 문제가 해결됐다.

 

대만에서 벌어 온 돈까지 합쳐 이후 생활은 비교적 풍족했고 순탄했다. 온 씨는 "운 좋게도 아파트 아래층에 있던 유치원에서 좋은 선생님을 만나 한국말을 한마디도 못 하는 딸 아이도 적응을 잘했고 둘째 딸도 잘 자랐다"고 말했다.

 

2000년부터 대만대표부에서 일하는 그는 "얼마 전 한국과 대만은 3개월 무비자협정을 체결하는 등 두 나라 관계는 계속 좋아지고 있고 경제 및 인적 교류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한국과 대만 간 스포츠 경기가 열리거나 '한류'와 '혐한류' 등 감정싸움이 불거질 때면 여간 불편하지 않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그럴 때 조금이라도 한국을 이해 하자거나 두둔하는 말을 하면 즉각 '한국 사람하고 결혼하더니 한국 사람 다 됐냐'는 핀잔이 돌아온다는 것이다.

 

온 씨는 그러나 "한국 드라마가 제일 잘 팔리는 곳이 대만이고 K-POP 인기가 제일 높은 곳도 대만인 것을 보면 '혐한류'는 아무래도 대중매체들이 과장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만 결혼이주여성들이 제일 힘들어 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매일 아침에 밥 짓는 일과 제사 때 여자들만 일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온 씨는 "중국이나 홍콩 등과 마찬가지로 대만에서도 외식문화가 발달해 값싸고 간단하면서도 좋은 아침 먹을거리가 많다"며 "한국인들도 대만에 자주 가 보면 외식이 얼마나 좋은지 알게 될 것"이라며 웃었다.

 

kjw@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6/21 1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