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대 박사과정 최나래 씨…영프로페셔널 공채 최종합격
(워싱턴=연합뉴스) 이승관 특파원 = 국제통화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와 함께 세계 3대 국제경제기구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세계은행(WB)에 5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인이 정직원으로 입사했다.
한해 신입 정직원을 약 30명만 선발하는 세계은행의 '높은 벽'을 넘은 주인공은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최나래(32·여) 씨.
최 씨는 무려 7천여 명의 경쟁자가 몰려든 올해 공채에서 서류전형을 시작으로, 논문 심사, 그룹 및 개별 면접, 신원 확인 등 까다로운 절차를 모두 무난하게 통과한 뒤 지난달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다.
지난해 6월 말 1차 지원서류를 제출한 지 무려 1년 만에 합격 통보를 받은 그는 오는 9월초 미국 워싱턴DC 세계은행 본부로 정식 출근할 예정이다.
한국인이 세계은행 정직원으로 입사하는 것은 지난 2008년에 2명의 공채 합격자가 나온 이후 무려 5년 만에 처음이다.
전자공학과 교수인 부친이 유학하던 프랑스 그르노블에서 태어난 최 씨는 대전외고와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삼성SDS에서 잠시 근무했으나 이후 영국으로 유학, 옥스퍼드대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영어와 한국어는 물론 프랑스어와 중국어 등도 구사할 수 있고, 컴퓨터 관련 자격증도 여러개 소지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뛰어난 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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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은행(WB) 입사한 최나래
- (서울=연합뉴스) 한국인으로는 5년만에 처음으로 세계은행(WB) 정직원으로 입사한 영국 옥스퍼드대 박사과정 최나래(32ㆍ여) 씨. 2013.6.23 humane@yna.co.kr
특히 옥스퍼드대에서 연구·강의 활동을 하는 중에도 국제적십자사연맹(IFRC) 컨설턴트, 가나 정부 학술자문 등을 맡고, 영국 의회에서 탈북자 통역을 하는 등 활발한 사회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현재 옥스퍼드대에서 박사논문 작성에 여념이 없는 최씨는 22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개발사업으로 발생하는 강제 철거 및 이주 문제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세계은행에서도 이에 대해 진지하게 다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세계은행은 대규모 개발사업을 주도적으로 하면서도 이주민 피해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고 있기 때문에 큰 틀에서 직접 관련 정책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세계은행의 직원 수는 약 1만 명으로, 이 가운데 공채를 통해 입사한 한국인 정직원은 현재 60명에 그치고 있다. 한국의 지분 비율이 1.5%라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적은 수다.
조인강 세계은행 이사는 "일본, 영국 등 선진국에서도 매년 합격자를 내지 못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데 올해 모처럼 한국인 합격자가 나와서 기쁘다"면서 "최근 한국계인 김용 총재가 세계은행을 이끌고 있는 가운데 한국인 정직원이 입사하게 돼 의미가 더 크다"고 말했다.
세계은행 관계자는 "이번에 최종 합격자가 발표된 전형은 이른바 '영프로페셔널'(Young Professiona)로 불리는 신입 공채로, 경력직 등이 아닌 첫 직장으로 입사하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6/23 23:1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