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위기 심각, 구직단념자 사상최대

posted Feb 2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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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 위기 심각, 구직단념자 사상최대

 

경기 부진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자영업자' 위기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근로소득과 사업소득간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자영업자는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베이비부머들이 대거 생계형 창업을 통해 자영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시장 자체가 '레드 오션(Red Ocean)'으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 2004년 이후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격차는 크게 벌어지고 있다. 근로소득은 직장인들이 노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인 데 반해 사업소득은 자영업자 등이 사업을 통해 벌어 들이는 소득을 가리킨다. 지난 2004(2인 가족 기준) 근로소득은 1761700, 사업소득은 695400원으로 1066300원의 격차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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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지난 2009년에는 근로소득이 2237400, 사업소득은 747200원으로 149만의 차이를 보였고, 지난해에는 근로소득이 2871700, 사업소득이 862200원으로 무려 200만원의 차이를 보였다. 지난 2004년과 비교하면 10년만에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격차가 두 배나 벌어진 셈이다. 더욱이 1인당 사업소득은 42만원에 불과해 '자영업의 위기'를 실감케 하고 있다. 올해 적용되는 최저임금 시급이 5580원이다. 이를 한 달 임금로 환산하면 116만원에 이른다. 자영업자의 소득이 근로소득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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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관계자는 "근로소득자는 어찌됐든 고용률이나 최저임금이 시간이 가면 계속 늘어나는 반면 자영업자는 그렇지 못한 것이 큰 이유"리고 설명했다. 자영업자의 소득 부진은 부채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국가미래연구원이 올 1월 발표한 '가계대출과 가계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통계청 가계금융조사를 바탕으로 추정한 결과 자영업자의 부채규모는 370조원(20146월말 기준)을 상회한다.

 

자영업자 1인당 부채는 6457만원(통계청 기준 자영업자 573만명)으로 추산된다. 벌이가 신통치 않다보니 빚 부담이 만만치 않은 수준으로 늘어났다는 얘기다. 자영업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전락하자 자연스레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자영업자는 지난 2005617만명에 달했지만 2010년과 2011년에는 560만명선을 밑돌았다. 지난 2012년에는 571만명선으로 반짝 증가했지만 올 1월에는 5392000명으로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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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자영업자들을 살리기 위한 대책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조기 퇴직이나 이직과 재취업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대책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좀 더 체계적인 자영업자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주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영업자들의 성공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디서 하면 잘되는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제공이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는 "자영업 시장은 지역마다 특성이 있다" "시장에서 효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정보만 잘 제공해도 실패율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자영업 시장 자체가 '레드 오션'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제조업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근로소득자가 자영업자로 전직하기 전에 임금피크제 등을 통해 직장생활을 오래 연장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한편 중소제조업, 농업 등으로 인력이동 및 전업이 자발적으로 이뤄지도록 지원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남 교수는 "소득보전을 위한 보험가입 등 공적보험제도를 만들어 불확실성을 낮추는 것도 자영업의 실패를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직장에서 물러난 한국의 봉급생활자들이 주고받는 첫 번째 충고는 "섣불리 창업하지 말라"는 것이다. 2의 인생을 꿈꾸며 패기만만하게 도전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십중팔구 좌절과 빚더미뿐이라는 경고성 멘트다. 이런 가운데 자영업자들을 덮친 최근의 위기가 그저 가볍게 넘겨버릴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증거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은 10일 지난 7월의 소상공인 경기실사지수가 45.4로 거의 금융위기 직후인 20091(38.7)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밝혔다. 생계형 창업 비중은 200779.2%에서 201080.2%, 201382.6%로 높아졌지만 창업 후 생존율은 1년 후 83.8%에서 3년 후 40.5%, 5년 후 29.6%로 추락했다. 부업을 위해 문을 여는 것이 아니라 먹고살기 위해 매달리는 창업 비중이 커진 것과 달리 둘 중의 하나는 3년도 채 넘기지 못하고 주저앉고 만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만만해 보여도 자영업이야말로 가시밭길이나 다름없음을 숫자는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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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에 몰린 자영업의 위기는 은행 창구에서도 확인된다. KB국민, 신한, 우리 등 5대 시중은행의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지난 2010년 말 94조원에서 2011년 말 104조원, 2012년 말 114조원으로 급상승 커브를 그렸다. 2013년 말 124조원으로 올라선 데 이어 지난 10월 말에는 134조원을 찍었다. 매년 10조원씩 4년간 무려 40조원이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63조원이 증가한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하면 모든 대출 중 가장 큰 폭이다. 대기업대출(29조원), 전세대출(13조원) 등의 증가 폭을 크게 앞지르는 수치다. 증가 이유는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장사가 안 되다 보니 재료비와 인건비, 임대료 낼 돈을 돌려막기식으로 은행에서 빌려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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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수는 지난해 말 537만명으로 2009년 대비 10.4%나 늘었다. 반면 이들의 월평균 매출은 2010990만원에서 2013877만원으로 급감했다. 시장이 정체 또는 위축된 상황에서 새로 간판을 올리는 자영업자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먹고살 여건은 급속도로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자영업자 부채와 열악한 장사 여건은 나라 경제의 또 다른 위기 요인이다. 범정부 차원의 발 빠른 대응과 지원책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된다.

 

정책 당국은 자영업자들의 한숨소리를 정확히 새겨들어야 한다. 정치권도 시장바닥만 돌아다니며 이미지 정치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손에 물묻히지 않고 눈물젖은 빵맛을 모르는 탁상머리 행정으로는 해결이 요원하다. 철저한 현장실태 경제정책이 되어야 해결될까 말까다. 남의 속도 모르고 답뱃값 인상과 그 이후 논란정도의 고민으로 해결 가능한가? 그래서 여야를 막론하고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이다. 제발 좀 한자리 했다고 얄량한 부분적 시각으로 정책 만드는 이래라 저래라 오만함, 이미지와 꼼수정치 좀 집어 치워라!"라며 국민들은 외치고 있다.

 

 

지난달 구직단념자는 사상최대

 

한편, 취업을 포기한 '구직단념자'가 50만명에 육박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구직단념자는 49만2천명으로 작년 같은 달에 비해 25만5천명 증가했다. 구직단념자는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을 희망하고 지난 1년 내 구직 경험이 있지만, 노동시장적인 이유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이다. 지난달의 구직단념자는 역대 최대다.

구직단념자는 2010년 2월 처음으로 20만명대를 기록한 뒤 지난해 3월에는 30만명선을 넘었다. 지난해 5월 40만명대로 올라선 뒤부터는 9개월 연속 40만명대를 기록 중이다. 구직단념자는 통계청이 지난해 '체감 실업률'로 불리는 고용보조지표를 산출하기 시작하면서 급증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고용보조지표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국제노동기구(ILO)와의 협의 하에 지난해 3월부터 구직단념자 집계 방식이 다소 달라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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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자격증 보유 등 일정 요건을 갖춘 사람에 한정해 취업을 희망하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을 구직단념자로 분류했었다. 그러나 지난해 3월부터는 이런 요건을 제외시키면서 구직단념자가 급증했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하지만 산출 방식 변경에 따른 측면이 있는 점을 감안해도 이런 구직단념자 증가 추세가 최근 고용시장의 어려움을 반영한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청년층의 취업난으로 구직단념자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권맑은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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