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도 홀린 애벌레 두 마리의 매력요? 웃음이죠"

posted Jun 2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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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도 홀린 애벌레 두 마리의 매력요? 웃음이죠"

 

 
 

인기 애니 '라바' 연출 맹주공 감독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일단 화면에 이들이 등장하면 눈을 떼기 어렵다.

 

하수구를 헤집으며 쉴 새 없이 아옹다옹하는 애벌레 레드와 옐로우.

 

정신없이 까부는 애벌레 두 마리에 어른까지 빠져들면서 '라바'(Larva. 제작 ㈜투바앤)는 '대세 애니메이션'의 자리에 올랐다.

 

지난 2011년 첫선을 보인 '라바'는 KBS와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되며 인기를 끌었다. 회당 분량이 90초에 불과해 유튜브는 물론 지하철·버스·아파트 엘리베이터·옥외 전광판까지 진출했다.

최근 논현동 투바앤 사무실에서 '라바'를 탄생시킨 맹주공(40) 감독을 만났다. 기획부터 현재 방영 중인 시즌 2 연출까지 '라바'의 처음과 현재를 함께하는 그다.

 

맹 감독은 "처음에는 이 정도로 잘 될 줄 몰랐다"며 "온전히 우리 것으로 만든 작품이 인기를 얻고 수익까지 내는 걸 보니 기쁘고 뿌듯하다"고 웃었다.

 

'라바'는 특정 연령대에서 인기가 높은 다른 애니메이션과 달리 성인팬층이 상당하다. 인터넷에서는 아이와 함께 보다가 팬이 됐다는 글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맹 감독도 "벌레 두 마리가 신나게 까불고 노는 모습을 그저 보게 된다고 말하는 어른들이 많다"고 전했다.

 

"어른들은 처음엔 혐오스러워하다가 일단 캐릭터로 보기 시작하면 재미있어 하는 것 같아요. 두세 번 보다 보면 표정이나 하는 짓이 웃기다고 하더라고요. 아이들이야 캐릭터가 자기들처럼 노니까 감정이입을 잘하는 것 같아요."

 

설정만 놓고 본다면 '라바'는 비호감에 가깝다. 배경은 대도시의 지저분한 하수구이고, 주인공은 정체불명의 애벌레 두 마리다.

 

맹 감독은 "귀여운 캐릭터 말고 독특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다"고 자칫 혐오감을 불러올 수 있는 설정을 감수한 이유를 설명했다.

 

"슬랩스틱 코미디에 적합한 캐릭터를 구상하다 벌레를 생각했어요. 벌레는 모양이 단순해 변형이 자유로울 거 같았거든요. 벌레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보고 나면 웃기니까 결국 얘네들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인터넷에 '볼수록 매력 있다'는 글들이 많아요."

 

혐오감을 걷어내기 위해 캐릭터의 색깔은 일부러 강렬한 원색을 택했다고 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캐릭터의 연기와 표정"이라며 "작업을 디테일하게 하다 보니 다시 봐도 안 보였던 게 보인다. 볼거리가 많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두 주인공 레드와 옐로우는 외모부터 성격까지 상반된다. 레드는 성격이 급하고 욕심이 많은 반면 옐로우는 온순하다. 흡사 톰과 제리를 연상시키지만 맹 감독은 "톰과 제리 보다는 티격태격하는 형제 같은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KBS 1TV에서 방영 중인 시즌 2에서는 분량이 2분30초로 늘었지만 다른 작품에 비하면 여전히 턱없이 짧다.

 

맹 감독은 "처음에는 TV보다 유튜브를 생각하고 만들었다"며 "길면 잘 안 보니 분량은 짧게 하고 웃음은 '빵' 한 번 터뜨리는 중독성 있는 영상으로 만들자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해외 시청자도 감안해 대사를 없애고 사전 검증작업을 거쳐 딱지치기처럼 해외에 없을 법한 에피소드는 제외했다. 이러한 전략은 '라바'의 인기를 넓히는 데 한몫했다.

 

'라바'의 방영권은 세계 20여 개국에 판매됐고, 14개 국가와는 상품화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했다.

 

해외에서 수상도 잇따랐다. 최근에는 상하이TV페스티벌에서 애니메이션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맹 감독은 "결국 상상력을 인정해 준 것 같다"며 "해외에서 '이야기를 다르게 풀어가고, 특이한데 재미있다'는 평가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매번 기발한 에피소드를 선보여야 하다 보니 '머리를 쥐어짜 내는 과정'이 반복된다. 시즌 2까지 총 156편이 방송되지만 이야기를 구성하는 스토리보드 팀원은 3-4명에 불과하다.

 

맹 감독은 "작업 기간에는 얼굴이 옐로우처럼 노래진다"며 "내부 시사 반응이 좋은 하루 딱 행복하고, 다음날부터 다시 아이디어와 씨름하느라 초췌해진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이야기를 정할 때는 결말을 정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행동을 피하기 위해서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엔딩이 아닌 것을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뻔한 건 싫거든요. 기본적으로 아이디어가 좋아야 합니다. 행동 하나, 장면 하나에 아이디어를 넣어야 하다 보니 그게 미치는 겁니다. 아무리 그림을 잘 그려는 사람도 우리 회사에 들어오면 적응하기 어려워 해요. 다행히 우리 스토리보드 팀장은 생각하는 게 딱 라바에요.(웃음)"

 

'라바'는 내년 시즌 3와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대중과 만날 예정이다.

 

시즌 3는 시즌 1처럼 회당 90초로 돌아간다. 기승전결이 강화된 시즌 2 보다 콩트 느낌의 시즌 1에 가까울 것이라는 게 맹 감독의 전언이다.

 

배경은 시즌 2의 가정집을 벗어나 대도시로 확장된다.

 

맹 감독은 "하수구에 계속 있으면 라바가 늙을 것 같았다"며 "대도시로 간 만큼 노숙자처럼 고생을 많이 하게 될 것 같다"고 귀띔했다.

 

극장용은 라바의 정체와 출생의 비밀을 다룰 예정이다.

 

맹 감독은 "TV 시리즈보다 드라마가 강화될 예정이지만 '웃음'이란 키워드는 그대로 가져간다"며 "웃음 포인트를 어떻게 줄 것이냐를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맹 감독의 소망은 '라바'가 장수 캐릭터로 자리 잡는 것.

 

그는 "미키마우스처럼 장수해서 많은 사람에게 계속 웃음을 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okko@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6/23 07:1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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