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NLL 발췌록 열람' 고발 사건 본격 수사

posted Jun 2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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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중 'NLL(서해 북방한계선) 발언 발췌록' 논란과 관련, 민주당이 열람·내용 공표에 관여한 7명을 고발함에 따라 검찰이 수사에 나서게 됐다. 사진은 지난 2007년 10월 3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2차회의를 마친 후 헤어지기전 악수하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 연합뉴스 DB >>

 

    공안1부 배당…공공기록물 여부·발췌록 공개 경위 확인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송진원 기자 =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중 'NLL(서해 북방한계선) 발언 발췌록' 논란과 관련, 민주당이 열람·내용 공표에 관여한 7명을 고발함에 따라 검찰이 수사에 나서게 됐다.

 

23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건을 공안1부(최성남 부장검사)에 배당해 수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지난해 10월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주장을 했다가 고발된 사건도 공안1부가 수사한 바 있다.

 

이번에 민주당이 고발한 7명은 '발췌록'을 열람하고 내용 일부를 공개한 새누리당 소속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과 윤재옥·정문헌·조명철·조원진 정보위원이다.

열람을 허용한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한기범 국정원 1차장도 함께 고발됐다.

민주당은 새누리당 의원들이 대통령기록물 관리법과 공공기록물 관리법을, 남 국정원장과 한 1차장은 국정원법을 각각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쟁점은 공공기록물 여부와 공개 경위 = 이번 사건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대화록 발췌본'이 공공기록물인지 여부이다. 또 국회의원들이 발췌록을 무단 열람한 것인지, 그 내용을 외부에 공개할 수 있는지도 검찰이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대통령기록물과 공공기록물은 공개 절차가 다르게 규정돼 있다. 따라서 열람이나 내용의 외부 공표에 대한 허용·제재 수위도 판이하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발췌록을 '국정원이 보유한 공공기록물'로 보고 있다. 서 위원장이 국정원에 자료 제출을 요구해 열람한 근거도 공공기록물 관리법 제37조 3항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공공기관에서 직무 수행상 필요에 따라 열람을 청구할 때 비공개 기록물일지라도 제한적으로 열람할 수 있다.

그러나 고발인인 민주당 측은 이 자료가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 회의록의 발췌본이므로 대통령기록물'이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보관 장소가 국정원이건 다른 곳이건, 보관 인물이 누구인지에 관계없이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에 따르면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기록물, 대통령의 정치적 견해나 입장을 표현한 기록물 등에 대해서는 제출 요구를 거부할 수 있다.

 

그럼에도,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 의결이 있거나, 관할 고등법원장이 발부한 영장이 제시될 경우 예외적으로 기록물을 열람할 수 있다.

이번 자료 제출과 열람은 국회 의결이나 법원의 영장 없이 이뤄졌다.

만약 공공기록물이라고 해도 발췌록은 공공기록물 관리법상 비공개 기록물이며 직무수행상 필요 등 엄격한 조건을 충족할 때에만 가능하다고 민주당은 주장했다.

 

따라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보도자료를 내고 회의록 내용을 공표한 것은 위법이며 국정원장과 1차장의 경우 정치개입을 금지한 국정원법 9조를 어겼다는 것이다.

 

검찰이 '대화록 발췌본'을 공공기록물과 대통령기록물 중 어느 쪽으로 결론을 내릴지에 따라 수사 결과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검찰은 작년에 정문헌 의원 등이 고발된 사건에서는 지난 2월 무혐의 처분을 하면서 '발췌본은 국정원이 직접 생산한 문서'라는 이유로 공공기록물이라고 판단했다.

 

자료의 공개 경위도 논란거리다. 만약 대화록을 공공기록물로 판단하더라도 열람 신청서에 적은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검찰은 서 위원장이 열람 후 기자회견을 통해 열람 사실을 공개하고 대화록 내용을 유추할 수 있는 발언을 한 과정에 위법 사항이 없는지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유력 정치인, 국정원장 등 '거물급' 수사 = 이번 사건은 남북 정상회담 대화 내용을 담은 기록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에서 촉발됐다는 점에서 검찰로서는 수사에 큰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여야 간의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이 어떤 결론을 내더라도 고발한 민주당이나 피고발된 새누리당 중 어느 한쪽으로부터 불공정 수사라는 공세에 시달릴 수 있다.

 

피고발인들이 현역 의원과 국정원 최고위 간부라는 점도 검찰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요소이다. 과거의 사례에 비춰볼 때 의원들에 대한 조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과 남재준 국정원장은 발췌록 열람·공개 과정을 가장 소상히 안다는 점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검찰의 조사를 받게 될 것으로 점쳐진다.

 

국정원의 '대선·정치 개입 의혹' 사건 수사를 채 마무리 짓기도 전에 대공 수사의 파트너이기도 한 국정원의 수뇌부를 수사해야 한다는 점도 검찰로서는 다소 껄끄러운 부분이다.

 

이번 수사와 관련, 검찰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 고발 사건은) 상황, 장소, 경위 등에 따라 판단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며 "현 단계에서는 일률적으로 뭐라고 말하기가 어려운 사안"이라고 말했다.

zoo@yna.co.kr

san@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6/23 04:36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