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우리카드 무원칙 행보에 배구계 '패닉'(종합)

posted Jun 2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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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연맹 대회의실에서 우리카드와 한국배구연맹 관계자들이 드림식스 구단 양도·양수 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 하고 있다.<<연합뉴스DB>>

 

      불과 석 달 사이 '드림식스 인수→백지화'로 급선회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남자 프로배구 드림식스 인수 대상 기업으로 선정된 우리카드가 인수를 백지화할 움직임을 보이자 배구계가 또 한 번 혼돈에 빠져들고 있다.

 

우리카드의 지주회사인 우리금융지주의 이순우 회장은 20일 연합뉴스와의 단독인터뷰에서 "자생력이 없는 우리카드가 수백억원이 들어가는 배구단을 운영할 여력은 없다"며 인수를 포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새로 취임한 우리카드의 수장이 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드림식스 인수 백지화를 처음으로 공개 시사하자 배구계는 큰 충격을 받았다.

 

신용을 최우선가치로 삼는 금융기업이 불과 석 달 사이에 태도를 180도로 바꾼 터라 배구인과 팬들이 느끼는 배신감은 더욱 크다.

 

우리카드는 3월 드림식스 인수전에 뒤늦게 뛰어들어 아프로파이낸셜그룹(브랜드명 러시앤캐시)을 따돌리고 드림식스의 새 인수 기업으로 선정됐다.

 

결정권을 쥔 한국배구연맹(KOVO) 소속 12개 구단 구단주들은 2012-2013 시즌 드림식스의 네이밍 스폰서로 참가해 배구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러시앤캐시의 공로를 인정하면서도 좀 더 안정적으로 팀을 운영하려면 신뢰도 높고 명망 있는 기업이 배구판에 들어와야 한다며 인수전 후발주자인 우리카드의 손을 들어줬다.

 

우여곡절 끝에 드림식스 인수 기업으로 선정된 우리카드는 당시 "여자 프로농구 우리은행과 우리투자증권 골프단 등 다양한 스포츠단을 운영한 경험을 접목해 배구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겠다"고 배구팬 앞에 당당하게 약속했다.

 

5월 2일에는 '아시아의 거포' 출신인 강만수씨와 2년간 감독 계약을 하는 등 순조롭게 창단을 준비해왔다.

 

그러나 배구단 인수 결정을 내린 이팔성 회장이 물러나고 5월 말 우리은행장이던 이순우씨가 우리금융지주의 새 회장으로 선임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이 회장은 우리금융지주 자회사의 민영화를 기치로 내걸고 조직 축소를 단행하며 수익성 제고에 열을 올리고 있다.

 

4월 출범한 우리카드는 카드업계 후발주자의 약점을 만회하고 소비자 사이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자 배구단 운영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이 회장은 "이미 농구단, 골프단이 있는 마당에 굳이 배구단을 운영할 필요가 있는지 마케팅 효과를 꼼꼼히 따져보도록 지시했다"면서도 "체육을 통한 사회 공헌도 여력이 있을 때 가능한 것이지 현재 우리카드에 그럴 여유가 없다"며 인수 포기 쪽에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경제 환경이 석 달 사이에 크게 바뀐 것도 아닌 상황에서 공신력 있는 금융기관이 수장 교체라는 이유만으로 팬들에게 내건 배구단 인수 약속을 깡그리 무시할 수 있느냐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인수가 결렬되면 새 주인에 대한 희망으로 부푼 드림식스 선수들이 최대 피해자로 남을 전망이어서 배구인들이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강만수 드림식스 감독은 "선수들이 힘들어하고 있다"며 답답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2년간 드림식스를 관리 구단으로 두고 시즌을 치러온 배구연맹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연맹의 한 관계자는 "아직 우리금융지주로부터 배구단 인수와 관련한 공식 문건을 받지 못했다"면서도 "인수가 결렬될 최악의 경우도 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우리카드가 드림식스 인수를 포기하면 가입금, 서울연고 입성금 등으로 약속한 40억원의 150%인 60억원을 연맹에 위약금으로 물어야 한다.

 

연맹은 우리카드 쪽과 계속 접촉해 우리카드의 여건이 안되면 우리금융지주 자회사 중 한 군데서 드림식스를 인수하는 방안을 타진할 예정이다.

 

또 관리구단으로 드림식스를 1년 더 두고 새 주인을 찾거나 최악에는 드림식스 구단을 해체해 나머지 구단에 드래프트 형식으로 선수를 보내는 방안 등도 고려 중이다.

연맹은 7월 초께 이사회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한다.

 

cany9900@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6/20 18:17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