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힘 대북확성기, 핵폭탄보다 쎄다.
<기자수첩>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군사적 긴장 해소방안이 타결되면서 우리 정부의 주요 협상카드로 활용됐던 대북 확성기 방송이 주목받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대북 응징수단이 고작 확성기 방송이냐’며 비판적인 반응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번 남북협상을 통해 대북확성기 방송의 위력이 증명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5일 고위급 접촉 결과를 발표하면서 “북한이 요구한 것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이었다”며 “우리는 어떤 조건에서 확성기 방송을 중단할 것인지 고민했고,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이라는 조건을 붙여 도발 재발방지라는 목표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은 이번 사태에 국한된 말이지 북한은 또 다른 도발을 언제든 할 수 있는 믿을 수 없는 집단이다.
하여튼 미국 워싱턴포스트(WP)도 이날 “북한의 양보는 대북 확성기가 북한 정권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는 사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한국 측 군사분계선 쪽에 설치된 48개 확성기 중 하나는 ‘김정은의 무능한 정권이 변변치 않은 거짓말로 세계를 속이려 하고 있다’고 방송했다”고 전했다. 무박 4일에 걸친 마라톤 협상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은 핵심 의제가 됐다. 북한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합의 도출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우리 측의 확성기 방송이 그만큼 북한 정권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는 것이 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대북 확성기 방송은 15일에 불과한 짧은 기간에 가동됐지만 ‘대북 심리전 수단’으로서 위력적인 효과를 보였다”며 “우리 정부와 미국을 상대로 대표적 ‘비대칭 전력’인 핵과 미사일 시위를 통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려고 했던 북한의 상습적인 협상 전략도 확성기 앞에서 힘을 잃었다”고 말했다. 북한은 과거 협상력을 키울 필요가 있을 때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카드를 활용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핵과 미사일 언급을 자제했다.
우리 정부는 북한 지뢰도발 이후 지난 10일부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2004년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키로 합의한 뒤 11년 만이었다. 하루 8시간가량 이어진 방송에는 자유민주주의의 우월성, 대한민국 발전상, 민족 동질성 회복, 북한사회 실상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중국만 세 번 방문했지만 김정은은 취임 이후 단 한 번도 외국 방문을 못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국제사회에서 갖는 실제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내용이었다. 아이유의 ‘마음’,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 빅뱅의 ‘뱅뱅뱅’ 등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K-팝 히트곡들도 확성기를 통해 울렸다. 군 관계자는 “최전방 부대에 입대한 북한 군인들의 사상을 크게 동요시킬 수 있는 확성기 방송이 결국에는 체제 위협 수단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공동 합의문의 문구인 북측의 “유감”을 두고 별 해석이 다 난무하고 있다. 다소 그동안 좌파성향의 언론이나 중도적 성향의 언론에서는 이 “유감”을 진정한 사과니, regret의 의미로 보아야 한다느니 의견들이 분분하고 다소 보수적 진영의 언론에서는 진정한 사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이다. 스포츠닷컴, 추적사건25시도 북의 진정한 사과로 보지 않는다. 당장 북의 황병서가 북에 돌아가서 하룻만에 지뢰도발이 남의 자작극이라고 자기들 원래대로 말을 바꾸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남북접촉의 극적타결이 다소 내용상 미흡하지만 더큰 극적사단은 막은 의미는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누구보다 명확한 교훈을 얻었다. 북의 미친 정치쇼 망동을 막는 일은 무엇보다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강력한 몽둥이, 국민단결, 대외 전력자산과 동맹, 국가지도자의 원칙고수라는 것들이다. 이것들은 총체적으로 실질적인 국가의 힘과 능력을 구성한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했던 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유감”이라는 단어의 해석이 아니다. 이번 사태에 국한된 “유감”이라는 단어의 해석은 어떤 것이든 매우 정치적인 관점들이 깔려있고 정치적인 것이지 국민이 먹고사는 생활에 쓸데없는 것들이고 어쩌면 시초부터 남과 북을 갈라놓은 정치 이데올로기, 체제유지 수단사상이라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극복해가는 근본적인 힘은 결국 “총체적 진실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진실의 힘”은 “핵폭탄”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했다. 이번사태에서 그것의 상징이요 실질적인 수단이 바로 “대북 확성기” 아니겠는가? 대북확성기가 가진 “진실의 힘”, 그것은 핵폭탄보다 더 위력적이었다. 어리고 미숙하며 미친 김정은이 진실의 힘으로 나가지 않는 이상 결국 핵폭탄과 같이 자폭할 것이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