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가 그 사람의 가치와 품격을 결정하나? <기자수첩>
시계가격이 무려 최소 2천만원이 넘는다? 기사를 쓰면서 하도 기가차서 옆의 동료에게 말을 걸었더니 “뭘 그것 가지고 그러냐? 25억 짜리도 있는데, 유병언 사건때 파텍필립 기억나지 않느냐? 그게 25억 짜리라네”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어안이 벙벙하다. 물론 기자는 가친께서 아직도 가지고 계시는 롤렉스를 생각하고 있다.
그것은 기자를 세상에 존재하게한 부모님 결혼예물 시계다. 아주 오래전부터 시계자랑은 전혀 없었지만 이 물건을 소중하게 가지고 계신다. 이런 예들이야 우리 주변에서 지금도 예사로 보지만 시계가격이 수천만원, 수억, 수십억대라면 무엇인가 우리 문화의식을 좀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기자도 흔하고 값없는 시계를 자랑하고 싶지는 않다.
위 사진의 두시계는 기자의 시계다. 아례 좀 둔턱스럽게 생긴 시계는 최근까지 기자가 차던 시계인데 취재기자용 전투시계로써는 최고로 간편하고 편리했다. 요즈음 스마트폰 때문에 시계가 그리 필요없지만 그래도 늘 시간을 물어볼 때 손목으로 가던 시선의 습관이 있어 기자는 시계를 차고 다녔는데 가격은 4만원대 쿼츠시계였지만 정확했고 마치 터프가이 군용시계처럼 튼튼하게도 줄은 고무 우레탄이라 비가 오든말든 전전후로 늘 험악한 취재현장에서도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그만 어디에 부딪혔는지 유리가 깨어져 기자는 위의 시계를 새로 구입하게 되었다. 그래도 아래 시계와의 추억들이 있어 버리지 않고 간직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쁜 일상사 동생에게 부탁했더니 예쁜 쿼츠 단순 디자인의 세련된 녀석인데 가격은 2만원대에 불과하다. 기자는 시계줄이 잘 끊어지는 노이로제가 있어 줄만 좀 튼튼한 송아지 가죽 줄로 바꾸었는데 줄값이 3만원, 시계값보다 비싸다.
동료 여기자들이 보더니 어떤 여기자는 “너무 디자인이 단순 세련되었다며 어디서 구입했냐?”고 난리고 어떤 후배는 “선배 왠만하면 좀 좋은 것 차고 다니시죠,,,“라고 한다. 물론 그 후배는 기자가 시계값을 밝히기 전까지 어디서 보도못한 세련돤 명품인줄 알았다나? "임마, 기사나 잘써!" 기자의 핀잔에 그녀도 입이 좀 돌아갔다. 기자는 어떤 말도 괘의치 않는다. 내 손목의 시계가 내 기사의 질이나 문학의 글을 결정하고 쓰는 것은 아니니까,,기사는 시간과 내용이 결정하지 시계가 결정하는 것은 아니니까,,,,
기자도 돈많은 사람들 좀 많이 알고 지낸다. 개중에는 누구나 알고있는 유명 경영자들도 꽤 있다. 하지만 아무리 돈이 많아도 기자생각에 소중한 예물시계로 수십, 수백만원이면 그래도 이해가 가는데 수천만원, 수억, 수십억대면 뭔가 좀 문제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지을 수 없다. 타지 특별취재가 아니면 기자는 늘 국회나 국회인근의 사무실에 있다. 국회식당, 도서관, 정론관, 의원회관 늘 여러 사람들을 만난다. 그 어느 누구도 기자의 시계를 보고 뭐라 한적도 없고 뭐라 할 일도 없다. 시계가 일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해리 윈스턴, 최소2천만원들이 넘는다
박기춘 사건의 기사를 쓰면서 도대체 기자부터 전에 없던 일이 생겼다. 누구를 만나면 그 사람의 손목부터 보는 버릇이 생겨 버린 것이다. 기자가 그 사람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그 사람의 철학, 인생관, 정책, 했던 일에 대해 기사를 쓰고자 해도 문제는 그가 아무리 좋은 시계를 차도 그 시계가 그 사람을 표현하거나 나타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도대체 누가 “시계가 그 남자의 품격을 말한다”라고 되먹지 못한 말을 했는가? “
25억 이상의 '파텍필립'
시계가 그 남자의 품격을 말하지는 않는다. 그를 말하는 것은 그의 일이고 땀이며 그의 철학 아닐까?” 심학봉 사건에 이어 터진 박기춘 사건을 보면서,,,“국회 돌아가는 일은 시계의 브랜드들이 결정하나?”라는 웃기는 생각이 든다. 그를 의원직 사퇴시켜야 국민 자존심이 설 것 같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