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이상 쌓여온 일"…과거 집권했던 野 우회비판
이정현 "새정부 탓하지 말고 여야 함께 해결할 문제"
역대 정부와 '차별화' 해석도…'책임전가' 위험부담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국무회의에서 전직 대통령의 추징금 미납과 원전비리 문제와 관련, '과거 정부'를 강도높게 비판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전직 대통령 추징금 문제도 과거 10년 이상 쌓여온 일인데 역대 정부가 해결을 못해 이제야 새 정부가 의지를 갖고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면서 "새 정부가 모든 것을 책임지라는 것은 난센스다. 과거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묻고싶다"고 지적했다.
또 원전 비리에 대해서도 "역대정부를 거치면서 쌓여온 일"이라고 언급했다.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의 언급이 이들 두 사안을 앞세워 새 정부에 공세를 취한 민주당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 우선 제기된다.
앞서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지난 5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원전관련 비리와 관련, "국가적 재앙에 대한 정부의 무방비 상태가 드러나서 불안하다"며 새정부를 비판했다.
같은 당 전병헌 원내대표도 지난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전두환추징법'에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입장을 명백하게 밝힐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즉 민주당이 이들 두 사안을 정치쟁점화하려는 의도가 보이는 만큼 박 대통령이 서둘러 차단에 나섰다는 것이다.
두 사안 모두 과거 민주당 집권시에도 '진행됐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 역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박 대통령의 '과거 정부' 비판의 요지라는 것이 청와대측 기류다.
박 대통령이 이날 "과거 정부에서 왜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밝혀낼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것은 이러한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역대 정권에서도 할 수 있었음에도 처리되지 않고 미뤄온 문제를 마치 새정부의 과제인 것처럼 하는 것보다는 이 일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사람들이 함께 투명하고 공정하게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해석을 내놓았다.
이 수석은 이어 "물론 앞선 정권들도 노력을 했겠지만 지금 요구하는 그런 의지를 갖고 했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때 해결됐다면 국회에서 지금 이 문제를 다루는 것보다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다루는 일에 치중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수석은 그러면서 "진작 해결할 수 있었고 해결했어야 하는 문제들이 누적된 것에 대해 지금 와서 새 정부 탓을 하지 말고 해결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는 것"이라며 "새 정부 탓을 하는 것은 심하게 얘기하면 '언어도단'"이라고 강조했다.
이 수석은 또 "원전문제를 포함한 많은 부분에 문제가 있을 때는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밝히고, 국민에게 이해를 구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함께 그 문제를 풀어가자는 것이 대통령 발언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추징금 환수 문제에 대해 "새 정부가 의지를 갖고 해결하려 하고 있다"고 천명한 것을 고려해보면 새 정부가 이들 두 사안을 단호하게 처리함으로써 역대 정부와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가 최근 원전 가동중단 사태를 촉발한 위조 케이블 조사 과정에서 지난해에도 비리에 연루된 부품 수백 개가 적발됐던 사실을 파악하고 원전 비리 사건을 전면 재수사하기로 한 것도 박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던 것으로 알려져서다.
다만 두 사안 모두 많은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만큼 박 대통령의 직설적인 발언이 자칫 '책임 떠넘기기'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설사 새 정부의 잘못이 아니라 하더라도 국정에 무한 책임을 진 최고지도자 입장에서 '과거 정부' 탓만 하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은 향후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6/11 20:08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