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친박 "찌라시에 불과" 외면, 박 대통령 신년 회견
주목
[류재복 대기자]
비선실세 국정 개입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를
향한 인적쇄신 요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양천(조응천ㆍ박관천)의 자작극'이라는 검찰의 수사 결과를 불신하는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야권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인사를 포함한 대대적인 국정쇄신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와 친박계는 쇄신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특검론도 확산되고 있어 연초부터 정국 불안요인만 누적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7일 여야를 가리지 않고 청와대의 인적쇄신 요구가 터져 나왔다. 새누리당 내 비주류의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은 최고위원ㆍ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비선실세 논란과 관련해 "'찌라시에 불과하다'는 검찰의 황당한 결론에 비춰보더라도 연말
정국을 그토록 혼란스럽게 만들었다면 최소한 정치도의적 책임을 지는 사람은 있어야 한다"며 사실상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비서관 3인방의 경질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이 의원은 특히 야당의 특검 요구에 대해 "검찰 수사 결과가 너무나 황당하기 때문에 요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청와대를 배경으로 권력암투 복마전이 벌어졌는데 책임지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이제
특검을 통해 철저히 수사할 것은 하고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빗발치는 쇄신 요구는 여론의 불만을 그대로 투영한 결과로 보인다. 각종 신년 여론조사에서
비선실세 국정 개입 의혹을 '사실로 본다'는 답변이 60%를 웃돌고 보수 진영에서조차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며
국정쇄신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와 친박계는 정치권이나
보수 진영의 쇄신 요구에 선을 긋고 있다.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은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아무 잘못이 없는 사람들이 찌라시 문건에 올랐다고
사임해야 한다는 건 문제가 있다"면서 "인적쇄신 필요성보다는 느슨해진 청와대 공직기강 등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 수사에
대해서도 "이제 검찰을 믿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치권은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새해 국정방향을 밝히는 신년 기자회견 자리에서 청와대 및 내각 인적쇄신론에 대한 입장을 밝힐지 여부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결과 발표에 반응해 당장 청와대 참모진이나 내각을 일신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기춘
비서실장의 경우 시무식에서 기강확립을 강조한 점으로 미뤄 재신임을 받았고 핵심비서관 3인방의 국정개입 의혹은 사실무근이니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특검론이 점차 확산되는 가운데 청와대와 친박계가
여론을 거스른다면 정국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경정의 문건 유출 이유가 빠져 있어 국민들이 믿기 힘들 것"이라고 전제한 뒤 "논란과 의혹의 중심에 선 인사들에 대한
인적쇄신이 없는 상태에서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