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복 대기자]
여야가 23일 국회 정상화에 합의했지만 곳곳에 뇌관에 남아 있어 새해 정국도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여야는 이날 정윤회 문건 파문으로 촉발된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한 운영위 개최시점에 합의하면서 부분 파행됐던 상임위를 즉시 가동하기로 했다. 법제사법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는
24일 부동산 3법 등 밀린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이렇게 일단 국회
정상화의 물꼬는 텄지만, 아직 합의되지 못한 쟁점이 산적해 있어 새해에는 여야 격돌 제2라운드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 출석대상 놓고 '충돌'
불가피
여야는 이날 운영위를 내년 1월9일 소집하기로
합의했지만 가장 중요한 대목인 운영위에 출석할 대상에 대해서는 완전히 합의하지 못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여야 회동에 앞서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과 이재만 비서관 등 문고리
3인방, 민정수석 등을 불러서 회유와 압력, 국정농단의 실체를 확인해야 한다"며 "누가 (국회에) 나올지 범위를 확정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이
출석 대상 범위를 확정하지 못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원칙대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재만 총무비서관만 출석시키겠다는 입장인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비서관과 함께 문고리 3인방으로 지목된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과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은 물론 김영한 민정수석까지 출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협상 내용에 대해서도 여야 간 말은 엇갈린다.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합의된 바도 없고
대상도 아니다"고 잘라 말했지만 새정치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제1부속비서관과 제2부속비서관은 협의해서 채택하기로 했다"며 "그렇게
구두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여야의 입장이 이같이 워낙 완고한
탓에 추가 협상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 비서관과 안 비서관을 반드시 출석시켜야 한다는 야당의 의지는 특히 강력하다. 안
수석부대표는 "찐빵에 앙꼬가 빠지면 뭐 하느냐"며 "1,2 부속비서관 모두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野, 4대강 국조·특검 요구도 지속
여야는 각각 강하게 요구해왔던 공무원연금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 및 국회 특위 구성과 자원외교
비리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등 지난 10일 2+2 연석회의에서 합의했던 사항들도 마무리했지만 뇌관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날 합의에서는 야당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사자방(4대강, 자원외교, 방위산업) 비리 국정조사 중
사실상 자원외교 국조만 받아들여진 셈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발표된 4대강조사평가위원회의 조사결과에 대해 여야 간 평가는 엇갈리고 있어 4대강
문제가 다시 핵심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즉각 "4대강 사업이 실패한 사업임이 다시 한 번 입증됐지만 박근혜정부에서 실시하는 조사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음도 확인됐다"며 "국민의 혈세
22조원이 낭비된 4대강 사업의 실패에 대한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국회에서 국정조사와 특검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그러나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노력한 만큼 '일부 성과, 일부
보완'으로 결론이 난 4대강 사업이 더 이상 정쟁의 도구나 정략적 공세의 대상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선거구 개편·개헌 문제도
공론화되나
여야는 이날 합의문에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평소
선거구제 개편 논의를 위한 정치개혁특위와 개헌 문제를 다룰 개헌특위 설치 문제도 의견을 교환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를 두고도 여야 간
입장차가 워낙 큰 상황이어서 합의점을 쉽게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안
수석부대표는 정개특위와 개헌특위 설치 문제와 관련해 "계속 (협상)해야 할 것"이라면서 개헌특위를 정개특위에 포함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에서는 이와 관련된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정개특위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난 16일 공식적으로 촉구한 바 있는 만큼 조만간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정 의장은 당시 "국민대통합을 위해선 연정이 필요하고, 이제는 다당제로 가는 것도 검토해야 된다"며 "중대선거구제 플러스 권역별
비례대표를 주장해 왔다"고 밝혔었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도
19일 "선거구 조정문제 등을 포함해서 넓은 의미의 정치개혁특위를 새해 들어 만들어서 가동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개헌특위
구성요구에 대해서는 "그런 일련의 과정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살펴본다는 정도의 입장"이라고 말을 아꼈다. 야당은 이미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공론화에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치혁신실천위원회와 정의당
정치똑바로특위는 22일 합동토론회를 개최해 국회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