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3法 합의--꺼져가던 부동산 불씨 살아날 듯
여야가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 사실상 폐지 등 부동산 관련 3법(法) 처리에 합의하면서 그동안 침체됐던 부동산 시장에 다시 활기가 돌 것으로 보인다. 당장 집값이 오르거나 매매 거래가 크게 늘어나기는 힘들겠으나 얼어붙었던 투자 심리 회복에 기폭제가 될 수 있다. 남희용 주택산업연구원장은 "부동산 시장에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규제들이 한꺼번에 풀려 꺼져가던 부동산 시장을 살리는 불씨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가 상한제 7년 만에 폐지
여야가 합의한 부동산 관련 3법의 핵심 내용은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 택지(宅地)에 한해 사실상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3년 유예 ▲과도한 재산권 규제였던 재건축 조합원에 대한 주택 분양을 1채에서 3채로 늘린 것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재건축·재개발 중심의 민간 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탄력 적용이다. 민간 택지는 상한제를 폐지하되 청약 경쟁률이 과도하게 높거나 집값 급등 우려가 있는 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적용한다는 것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집값이 오르기 힘든 현재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분양가 상승률이 높아서 상한제를 적용받을 민간 아파트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2007년 도입했던 민간 택지 상한제는 7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분양가 상한제를 대표적인 '대못 규제'로 지목하며 그 폐지를 주장해온 업계는 크게 환영하고 있다.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진흥실장은 "상한제는 부동산 과열을 막기 위한 인위적인 가격통제 수단"이라며 "집값 급등 가능성이 사라진 지금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상한제 폐지로 주택 품질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상한제 아래에서는 첨단 기술과 최신 자재, 새로운 내부 구조 개발에 한계가 있었다"면서 "중산층을 위한 저렴한 주택은 물론 구매력 있는 수요층을 위한 고급 아파트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시장 다시 햇볕 드나?
부동산 관련 3법이 연내 통과되면 최근 위축됐던 재건축·재개발 시장이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재건축 추진 아파트가 몰려있는 서울 강남·송파·서초구 등 강남3구와 재개발 구역이 많은 강북 도심권의 주택 거래가 활기를 띨 전망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면 재개발·재건축 조합원의 부담금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일반 분양가를 지금보다 높게 책정하면 전체 수익이 늘어나고 조합원이 추가로 내야 할 부담금은 줄어든다는 것이다. 실제 국토교통부가 재건축 단지 4곳을 대상으로 분양가 상한제 폐지에 따른 조합원 부담금을 추정한 결과 지금보다 평균 10%쯤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재정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활성화되면 낙후된 도심 주택 공급 확대로 주택 시장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으로 발생하는 이익의 일부를 부담금 형태로 정부에 내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3년 더 유예되는 것도 재건축 시장에는 호재(好材)다. 당장 내년 1월부터 예정됐던 재건축 부담금 폭탄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초과이익환수제 대상이 되는 곳은 전국 347개 단지, 18만여가구다. 이 가운데 초과이익이 3000만원 이상 발생해 부담금 부과가 유력했던 전국 62개 단지, 4만여가구가 사실상 부담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부동산 활성화의 최대 걸림돌이던 입법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그동안 망설였던 수요자들이 다시 시장에 들어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가 과다(過多) 분양가 논란에 불을 붙일 수 있고, 초과이익환수제 유예가 시세차익을 많이 낼 수 있는 강남 재건축에만 유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건축 조합원에게 3채까지 분양을 허용하는 것도 투기를 부추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올 들어 신규 분양 시장이 살아나면서 업체들이 분양 가격을 조금씩 올리는 분위기"라며 "상한제 폐지가 가격 인상을 부추길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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