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복 대기자]
지난 3일 충북 진천군을 시작으로 번지기 시작한 구제역이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발생 초기에 주변 농장을 중심으로 긴급 백신 접종이
이뤄졌지만 진천에서 지난 18일까지 하루 이틀 간격으로 8곳에서 터졌다. 지난
16일 이후에는 충남 천안과 충북 증평·음성·청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등 급속히 확산하는 조짐마저
나타났다.
구제역 발생 양돈농가들은 한결같이 "백신을 제때,
제대로 접종했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백신
효능상의 문제를 구제역 확산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백신의 성능만 과신한
탓에 예방 접종에만 주력한 당국의 구제역 대책도 문제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방역 당국은 백신 효능의 문제가 아니라 축산농가의 접종 소홀에 무게를 두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최근 구제역 발생 상황을
분석해보면 백신 접종을 소홀히 한 농장을 중심으로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모돈은 새끼를 낳기 한 달 전에 구제역 백신을 접종하고, 새끼 돼지의 경우 생후 2∼3개월이 됐을 때
백신을 접종하라는 게 농림부의 지침이다. 이런 지침을 충실히 따라 백신을
접종했다면 구제역이 발병하더라도 일부 돼지에 그쳤을 것이라는 게 농식품부의 얘기다.
그러나 구제역이 발생하면 급속히 번지는 이유는 축산농가의 방역 소홀로 면역력이 떨어진 탓이라는
것이다. 진천에서 구제역이 최초 발생한 농장의 돼지의 혈청을 검사한 결과 역시
방역 소홀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백신을 접종하면 일반적으로
'O형', A형', '아시아형'이라는 3가지 유형의 구제역 항체가 형성된다. 그러나 최초 구제역 발생 농가의 돼지들은 A형과 아시아형의 항체는 30% 수준인 반면 0형은 80%에
달했다.
이런 현상은 백신을 제대로 접종하지 않아 항체가 낮게
형성된 상황에서 O형 구제역이 발생하자 그 유형의 항체만 높게 형성됐기 때문이라는 게 방역 당국의 설명이다. 구제역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 정부에 '삼진아웃제'를 건의하겠다는 축산농 출신 유영훈 진천군수의
구상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백신 접종 기준을
지키지 않아 구제역이 3번 발생한 농가에 대해서는 축산업을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 삼진아웃제의 핵심이다. 농식품부의 한 관계자도 "백신 접종이 미흡해 구제역이 발생하는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며 "이런 농가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물론 살처분 보상금을 감액하고 생계안정자금 및 축산정책자금, 동물약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새끼 돼지에 대해서는 1차 접종 후 한 달 뒤 보강 접종을
하라는 지침을 내렸다"며 "구제역 백신 접종 프로그램에 따른 올바른 접종만 하더라도 구제역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