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막살인 제보자에게
경찰이 고압적인 자세로 추궁
[류재복 대기자]
이종일 박성훈 김도란 기자 = 경기 수원 팔달산 토막살인사건 피의자
박춘봉(55·중국동포)씨를 검거하는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 제보가 자칫 묻힐 뻔 했다. 단서를 제공한 제보자에게 경찰이 고압적인 자세로 추궁하다 실랑이까지 벌였기
때문이다.
15일 경찰과 제보자에 따르면 사건 피의자 박씨의
범행장소 인근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A(51)씨가 경찰에 제보한 것은 11일 오전 10시08분과 같은날 오후 3시33분 2차례.
A씨는 박씨가 월세방을 가계약한 뒤 입주일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는 점이
수상해 경찰에 신고했고, 이 제보는 박씨를 검거하는데 결정적인 단초가 됐다.
하지만 A씨는 첫 제보 뒤 찾아온 인근 파출소 경찰의 불쾌한 언행에 지금도 치를 떨고 있다.
A씨가 첫 제보를 한 뒤 10여 분만에 B(51) 경위 등 인근 파출소 소속
경관 2명이 내용 파악을 위해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A씨는 당시 급한 업무
처리 때문에 "옆에서 기다려 달라"고 했고, B 경위는 사무실 한쪽 소파에 앉아 기다렸다.
A씨가 잠시후 업무를 중단하고 B 경위와 마주 앉자 그는 "왜 제보했나" "왜 의심이 들었나"라고
A씨에게 연거푸 질문을 쏟아냈다. 사무실에는 A씨 외에도 직원 한 명이 더 있었고, 경관 한 명은 입구쪽에서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A씨는 B 경위가 찌푸린 얼굴로 추궁하듯 질문을 하자 기분이 상해 같은
방식으로 짧게 답변했다. 분위가 순간 경직되는가 싶더니 마침 사무실 밖에 있던 또다른 경관 한 명이 사무실로 들어와 B 경위를 만류하고 대신
질문했다.
그런데 옆에 서 있던 B 경위가 갑자기 끼어들어 A씨를
향해 언성을 높여 "나한테 기분 나쁜 것 있어요"라고 했다. A씨는 갑작스런
호통에 "(당신이야말로) 나한테 기분 나쁘냐"고 맞대응다. 둘은 큰소리로 승강이를 벌였고 다른 경찰과 사무실 직원(71·여)까지 나서 만류했다.
상황은 사무실 직원이 B 경위를 밖으로 데리고 나간 뒤에서야 정리됐다. 주위의
만류로 감정을 가라앉힌 A씨는 제보 내용을 마저 설명한 뒤 살인 피의자 박씨의 집까지 경찰에게 안내하고
돌아왔다.
이후 A씨는 사건 수사본부에 보낸 A4용지 2매 분량의
제보서에도 '제보관련 사항을 진술하던 중에 경찰의 불손한 태도로 승강이가 벌어졌다'고 당시 일을 적었다. 하마터면 이번 사건의 결정적인 제보가 경찰의 부적절한 현장 대응으로 묻힐 뻔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해당 파출소가 속한 수원서부경찰서 청문감사실은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도 B 경위 등 경찰을 상대로만 조사한 뒤 마무리 지었다. 뉴시스 취재가 시작된 뒤에서야 제보자와 사무실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뒤늦게 당시 상황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B 경위 인상이 다소
험악하고 코 질환 때문에 말투가 퉁명스럽다"며 "B 경위를 상대로 사실을 확인했지만 예의에 벗어나거나 해서는 안 될 말을 하진 않았다. 제보자가
오해했다"고 말했다.
A씨는 "결과적으로 범인이 잡혀서 다행이지만
제보자를 대하는 경찰이 이렇게나 고압적이고 불손해서야 되겠느냐"며 "상황의 심각성 때문에 제보를 끝까지 했는데, 이런식이면 곤란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