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복 대기자]
“누리과정 지원금이 없어진다는 말에 내년부터는 유치원으로 옮기려고 찾아다녔는데, 저녁 늦게까지 아이를 봐 주는 유치원도 드문데다가 특별활동비도 차이가 많이 나고… 어린이집에 계속 다니자니 누리과정 지원금이 없어져 교육과정이 부실해지면 어쩌나 고민이 많아요.” 대전지역 한 어린이집에 다니는 자녀를 둔 이모(31·여)씨의 고민이다. 정부가 내년부터는 각 시도교육청에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하지 않고, 최근 대전시의회의 예산 의결과정에서 누리과정 지원이 6개월에서 3개월로, 다시 6개월 지원으로 오락가락하면서 학부모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씨의 자녀는 만 4세로, 내년까지 누리과정 교육과정을 밟아야 한다. 지금까지는 어린이집도 월 22만원의 보육료 지원이 가능해 내년까지 밤 10시까지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지금의 어린이집을 이용할 요량이었지만, 누리과정 예산 지원이 불투명해지자 유치원으로 아이를 보내려고 마음을 먹었다.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저녁돌봄 교실(오후 5시~10시)을 운영하고 있는 유치원이 많지 않은데다 이러한 유치원을 찾아도 집에서 멀었다. 또 이씨와 같이 불안감을 느낀 학부모들이 몰릴 경우 경쟁률이 만만치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씨에 따르면 내년에 다닐 유치원을 알아보던 중 한 유치원 원장이 "이미 유치원 신청을 다 받아서 지금 당장 예약을 걸어 놓지 않으면 사람들이 몰려 안 된다. 고민하지 말고 지금 바로 신청서를 써라"고 말해 더욱 불안이 심해졌다. 이씨는 “지금의 어린이집 선생님들도 좋고, 집도 가까워 다른 곳으로 옮기고 싶지 않다”며 “하지만 누리과정 예산 지원이 안 된다고 하면 계속 어린이집에 다니기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교육청과 의회가 계속 이랬다 저랬다 하니 지금이라도 내년에 다닐 새로운 유치원을 정해야 할지, 계속 지금의 어린이집에 다녀야 할지 혼란이 많다”고 호소했다.
세 살짜리 아이를 둔 홍모(29·여)씨도 고민을 털어놨다. 홍씨는 “현재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은 아파트 1층에 있는 가정어린이집으로, 만 3세까지만 보육해 아이가 만 4세가 되는 내년에는 어쩔 수 없이 졸업을 해야 한다”며 “그래서 여러 곳의 유치원을 알아봤는데, 유치원마다 사람이 몰릴 것이라는 압박이 너무 심해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홍씨는 현재 누리과정 지원금으로 매달 28만 6000원을 받아 월 보육비로 특별활동비 포함 8만원을 내고 있다. 현장학습은 한 번 나갈 때마다 1만원씩 월 2회 정도 나가고 있어, 월 평균 10만원의 보육료를 납부하고 있다. 내년에 다니기로 결정한 유치원은 월 18만원 가량이고, 입학금으로 25만원을 냈다.
홍씨는 “어쩔 수 없이 유치원을 가야하는데 누리과정 예산 지원 때문에 옮기려는 학부모가 많아 유치원 측에서 입학생이 넘칠 수 있으니 서둘러 신청하라고 압박을 줬다”며 “어린이집은 시간연장 보육시설이 따로 마련돼 있지만, 유치원에서 저녁돌봄을 신청하면 따로 보육비를 더 내야하고, 하는 곳도 드물다”고 말했다.
이영숙 대전어린이집연합회장은 “최근 누리과정 지원금과 관련해 일부 유치원 설명회에서 ‘어린이집에 가면 누리과정 돈 다 내야하니 유치원으로 와야 한다’고 말하고 다녀 현재 어린이집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어떻게 된 일이냐며 상담을 신청하고 있다”며 “일부 유치원과 대전시의회, 교육청 등이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정부가 추경에서 누리과정 예산 지원을 약속해 어린이집에도 12개월분의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저녁돌봄을 하는 유치원이 드물어 맞벌이를 하는 학부모들의 자녀는 어쩔 수 없이 어린이집으로 와야 하고, 아이를 수용할 수 있는 시설도 한정돼 있기 때문에 어린이집 원생이 줄지는 않을 것이다. 어린이집의 피해보다 학부모들의 피해나 불안이 더욱 염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