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복 대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수첩을 꺼내 문화체육관광부 국장과 과장 두 사람의 이름을 언급하며
직접 교체를 지시했다는 항간의 루머는 사실일까. 이 문제에 대한 가장 실체적
진실에 접근한 사람이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다. 문제의 인사권을 실제로 행사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유 전 장관이 이같은 사실이 맞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유 전 장관은 일부 언론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의 인사 지시가 있었다는 언론보도는)
어디서 들었는지 대충 정확한 정황 이야기다. 그래서 BH(청와대)에서 반응을 보이지 못하는 것이겠지. (청와대가) 자신 있으면 허위 사실 공표에
의한 명예훼손을 고소하겠다고 할 텐데"라고 밝혔다. 앞서 일부 언론은 박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집무실로 유 전 장관을 불러 수첩을 보면서 문체부 노모 국장, 진모 과장 등의 이름을 거명하며 "참 나쁜 사람이라더라"고
말하며 교체를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주무장관이 이를 사실로
확인한 것이다.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던 당시는 노 국장과 진 과장 등이
청와대의 '하명'으로 승마협회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관련 보고서를 청와대에 제출한 직후였다고 한다. 승마계에서는 승마선수인 정윤회씨 부부 딸의
국가 대표 선발을 둘러싸고 정씨 부부가 청와대와 문체부를 통해 승마협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노 국장 등이
청와대에 올린 조사 보고서에서 '정윤회 쪽에 문제가 많다'는 취지의 보고를 올렸다가 정씨의 반발을 사 경질됐다는 얘기가
돌았었다.
이에 대해서도 유 전 장관은 사실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사 결과 정윤회씨 쪽이나 그에 맞섰던 쪽이나 다
나쁜 사람들이기 때문에 모두 정화해야한다는 의견을 (청와대에)올린 건데 정씨 입장에서는 상대방만 처리해 달라고 요구한 것을 (우리 문체부가)
안들어주고 자신까지 대상이 되었다고 해서....괘씸한 담당자들의 처벌을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승마협회에 대한 조사와 이후 벌어진 공무원
교체 사태 등이 모두 정씨의 입김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는 얘기다.
유 전 장관은 또 지난 7월 전격 이뤄진 김진선 전 평창통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사퇴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김진선 위원장에 대한 무리한 표적감사와 사표 수리 등
체육계의 여러 사안에도 인사 장난이 있었다"고 했다. 유 전 장관은 이 '인사 장난'의 주체로 문고리 권력 3인방으로 꼽히는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이 비서관과 한양대 동문인 김종 문체부 제2차관을 언급했다고, 모 언론은 보도했다.
유 전 장관은 2006년 노무현 정부 시절 문화부 차관으로 재직시 청와대의 인사 청탁을 거절하다 취임
6개월만에 경질됐다. 지난 7월 장관으로 재직중 후임자로 지명된 정성근 장관후보자가 청문회에서 낙마됐음에도 전격 면직돼 박 대통령이 문책성
경질을 했다는 얘기가 많았다.
이런 유 전 장관 인터뷰에 대해
청와대는 공식입장을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해당 부서
인사는 장관이 행사는 게 상식"이라며 "유 전 장관 인터뷰에는 사실과 다른 얘기가 많다. 조만간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김종 차관도 이날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김진선 전 조직위원장 사퇴가 김 차관과 이재만 비서관에 의해 이뤄졌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
질문에 "사실 무근"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