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낮아도 살림살이는 걱정
유가와 농수산물 가격 하락 여파로 11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석달째 하락했다. 하지만 생활과 밀접한 집값과 전기·수도·가스 요금은 올랐다. 2일 통계청이 내놓은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43으로 전년 동월 대비 1% 올랐다.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전월 대비로는 0.2% 하락해 9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 물가안정 목표구간인 2.5~3.5%와 점점 멀어지는 모양새다. 0%대 성장률이 초읽기란 우려도 나온다.
특히 지금과 같은 저물가 현상은 소비, 투자 등 총수요가 추가로 위축될 경우 수요측면 디플레이션으로 확대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디플레이션→경기침체(신용경색)→디플레이션 심화→경기침체 장기화 등을 반복하며 나라 경제가 더욱 악화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반적인 물가를 끌어내린 것은 전월과 마찬가지로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 하락이 주효했다. 농산물의 경우 작황이 좋아 공급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2.6% 하락했다. 국제 유가 하락이 지속되면서 석유류 제품 가격도 전월 대비 2.7% 내렸다. 하지만 서민생활과 밀접한 생활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0.7% 상승해 체감물가는 높아졌다. 생활물가는 식품 등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 비중이 높아 가격 변동에 민감한 품목으로 작성한 지수다. 생활물가는 올해 들어 전년 동월 대비 꾸준히 상승했다.
전·월세 포함 생활물가지수도 전년 동월 대비 0.9% 상승했다. 전세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나타나면서 전세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3% 늘었고 월세도 0.6% 증가했다. 또 공공요금이 오르면서 도시가스가 전년 동월 대비 4.8% 올랐고, 상수도료와 지역난방비도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6%, 0.1% 상승했다. 11월 주택·수도·전기 및 연료 분야 소비자물가는 116.88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 체감물가를 높였다. 농산물·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6% 상승했다.
한은은 현재 물가 수준이 목표치와 거리가 있음을 인정하지만 위험한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은 조사국 박세령 물가분석팀장은 "유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전기 등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할 수 있고, 가계 실질소득을 늘린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 "물가하락(디플레이션)에 빠져있는 일본과는 달리 그 폭이 둔화되고 있지만 물가는 상승국면인 우리나라는 유가하락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더 많다"고 말했다. 그는 당분간 유가하락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하며 "이에 따른 물가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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