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복 대기자]
손님으로 가장한 경찰의 성매매 단속에 적발된 20대 여성이 투신해 숨지자 '함정단속'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경남경찰청과 통영경찰서에 따르면 25일 오후 10시47분쯤 통영시 광도면 한 모텔 6층에서 A(24·여)씨가 12m 아래로 투신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속칭 '티켓다방'에 근무하는 A씨는 사고 당시 손님으로 위장한 경찰의 함정단속에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25일 오후 8시부터 6명의 경찰로 구성된 풍속단속팀을 투입해 티켓다방의 성매매 단속에 나섰다. 단속팀 중 1명이 손님으로 가장해 티켓다방에 전화를 걸어 A씨와 연락이 닿자 사고가 난 모텔에서 만나 A씨에게 화대로 현금 15만원을 전달했다. 이어 손님으로 가장한 경찰은 씻으러 가는 척하면서 모텔 밖에서 대기하던 단속팀에게 연락해 A씨를 성매매 현행범으로 적발했다.
그러자 A씨는 옷을 입겠다며 단속팀에게 나가 달라고 요청하고 나서 모텔 창문으로 투신해 숨졌다. 경찰이 함정단속 기법으로 성매매 현장을 적발하는 과정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무리한 단속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피의자의 돌발 행동에 대비한 안전조치나 여경을 동행하지도 않아 사고를 막을 수 없었다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통영 일대에서 티켓다방 성매매 민원이 많아 단속에 나섰다"며 "그러나 적발되더라도 큰 처벌을 받는 범죄는 아니어서 적발된 여성의 투신 가능성은 대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담당자는 "성매매 단속은 현장에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면 적발하기 어려워서 다른 지역에서도 이런 방법으로 단속한다"며 "함정단속 기법이 적법하다는 판례도 있다"고 해명했다.
경남경찰청은 올들어 이러한 단속방법으로 22건의 성매매 사범을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서울행정법원은 2010년 5월 경찰이 여관에서 손님 행세를 하며 성매매 여성을 불러 달라고 하고 나서 현장을 덮쳐 단속한 것은 범죄 의도를 가진 사람에 대해 범행의 기회를 주거나 용이하게 한 것에 불과한 경우에 해당해 이러한 단속이 적법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