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복 대기자]
파출소 직원들이 '나 김 형사야'하는 경찰 사칭 전화에 속아 주민 개인정보를 유출한 사건이 얼마전에 있었다. 그런데 '나 김 형사야' 한 피의자는 다름 아닌 전직 경찰 출신이었다. 전화를 받은 파출소 직원들은 어째서 '강력팀장'이라는 상대방의 말을 그대로 믿어버렸을까. 언론 보도 이후 뒤늦게 적극적인 수사에 나선 경찰은 범인이 쓴 '단어'에 주목했다.
'외근 나왔다', '수배여부 좀 알아봐라'는 말은 경찰에 몸 담은 사람이 아니고서는 여간해서 쓸 수 없다는 것이다. 파출소 직원들도 범인의 말투가 너무 자연스러운 데다 경찰 조직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것이 이상하다고 느꼈을 정도다. 범행 대상 파출소 관계자는 "피의자가 경찰에 몸담았던 사람 아니었을까요?"라고 말하자 "느낌상으로는 우리 업무를 잘 아는 사람인 것 같긴 해요."라고 답했다.
그는 "사칭한 형사가 실제로 있는 형사예요?"라고 묻자 "있다"고 답했다. 여기에, 공중전화 근처에서 찍힌 CCTV까지 분석해 보니 피의자는 다름 아닌 전직 경찰이었다. 곧바로 소재지를 파악해 검거에 나섰지만 이미 자취를 감춘 뒤였다. 지난 9월 16일 첫 범행으로부터 두 달. 주민 정보가 새어나간 사실을 쉬쉬하느라 상부 보고가 제때 이뤄지지 않았고 뒤늦게 수사전담팀을 꾸렸을 때는 이미 시간이 너무 지나버렸다.
일부에서는 경찰이 한참 전에 피의자 신원을 확인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피의자가 전직 경찰이라는 사실, 경찰이 여기에 속아 개인정보를 내줬다는 비판이 두려워 검거에 소극적이지 않았겠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