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복 대기자]
중학교 2학년인 여학생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이 대법원에서 서로 연인 관계였다는 점을 인정받아 사실상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연예기획사 대표 김모(45)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 여학생 김모(당시 15세)양이 김씨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와 편지, 전후 사정 등을 따져본 뒤 김양과 연인관계였다는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한편 "진심으로 보낸 것이 아니었다"는 김양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우선 김양이 많게는 하루 수백 건씩 김씨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연인 사이에서나 주고받을 법한 내용의 대화를 하고, 김씨가 별건으로 구속된 이후에도 김씨의 집에서 살면서 '사랑한다, 보고싶다' 등의 편지를 다수 보낸 점에 주목했다.
특히 김양은 구속된 김씨에게 "성폭행범도 집행유예로 나오는데 (김씨는) 뭘 했다고 왜 못나오냐"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재판부는 또 김씨가 추행하려 했을 당시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같은날 저녁에 다시 김씨를 만났으며 이후 성폭행을 당한 뒤에도 만남을 계속 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김양이 스스로 겁을 먹었다는 이유만으로는 쉽게 설명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김씨는 2011년 8월께 자신의 아들이 입원해 있는 병원에서 김양을 우연히 만나 연예인 관련 이야기로 경계를 누그러뜨린 뒤 자신의 차량으로 데려가 성추행하고, 이 때부터 이듬해 5월까지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1심은 "김씨는 자신의 행위가 사랑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여러 증거와 정황이 가르키고 있다"며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2심 역시 김씨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변경된 적용법조를 반영해 징역 9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