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누리과정 공방, 예산·법안 심의 올스톱
여야 정치권이 누리과정(만3~5세 보육지원) 예산편성 합의 번복을 두고 이틀째 공방을 이어가면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관의 새해 예산안 심의가 차질을 빚고 있다. 교문위 파행으로 교문위 소관 법률 심사에도 빨간 불이 들어왔다. 당장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세계지리 8번 문항 피해자 구제 특별법의 처리가 지연되면 코앞으로 다가온 대학입시에도 혼란이 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누리예산, 새누리 “법대로 교육청이” 새정치 “합의대로 정부가”
새누리당은 21일 전날 교문위 여야 간사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누리예산 국조 보조에 합의한 것을 원내지도부가 제동을 걸면서 논란을 빚은 데 사과했다. 하지만 야당의 합의 번복 주장은 ‘언론 플레이’라고 일축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상임위원장ㆍ간사단 연석회의에서 “누리과정 예산처리가 매끄럽지 못한 점은 대신 사과한다”면서도 국고지원 불가라는 기존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도 기자 간담회에서 전날 3자 합의에 대해 “야당의 언론 공작에 당한 것”이라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누리과정을 해야 한다는 건 변함없는 원칙이자 입법적으로 이미 완비된 절차”라고 거듭 강조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누리예산 국고 지원 요구를 고수하며 새누리당이 청와대의 지침을 받은 것이라고 일제히 맹공을 퍼부었다. 문희상 새정치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새누리당이 갑자기 (누리과정 예산 합의를) 없던 일로 하자고 한다”면서 “집권당이 나서서 국회 권위를 떨어뜨리고 정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윤근 원내대표도 “소위 실세 의원이라는 사람이 어딘가로부터 지침을 받아 아이들 밥그릇을 뒤집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교문위 파행 …예산ㆍ법안 올스톱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일단 누리과정 예산 등이 포함된 교문위 소관 예산안에 대한 심사기일을 11월 30일까지 연장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교문위 파행이 장기화하면서 예산안 심사 뿐만 아니라, 처리가 시급한 법률안 심의도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해 수능 오류 피해 학생들의 정원 외 입학을 허용하는 특별법안의 처리가 늦어질 경우 연말 연초의 대입 정시 모집에서 혼란을 부를 수 있다. 올해로 종료되는 영화발전기금 부과를 연장하는 법안 등도 처리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많다. 교문위의 한 관계자는 “당초 17일부터 법안심사를 진행키로 했는데 교문위가 파행되면서 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여야가 예산 심의 막판에 예산안조정소위 차원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일부 증액하며 극적으로 합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날 3자 합의에 동의했던 황우여 부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기재부도 왜 국고 지원을 안 하겠나. 법 해석 문제 때문이고 원칙 문제가 걸려서 그런데 여러 가지 고심을 하고 있다”며 “잘 해결하겠고 잘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 황 부총리는 이날 누리과정 예산 편성과 관련해 미묘한 갈등관계를 보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과 만찬을 함께 했으나 누리과정 예산 등 현안에 대한 얘기는 나누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황 부총리가 취임 인사차 오래 전에 예정했던 자리로 주로 덕담이 오가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고, 최 부총리가 법안처리 협조를 당부했으나 누리과정 등 현안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고 전했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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