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쇼크--내년 일본 대비 수출경쟁력 최악
물가·수출구조 반영한 실질실효환율 고려하면 원화 대비 엔화가치가 바닥이다. 엔화 약세, 원화 강세 현상이 눈으로 보이는 것보다 더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명목환율에 물가지수와 수출구조를 고려하면 내년에는 일본 대비 우리나라의 수출경쟁력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20일 현대경제연구원은 '실질실효환율로 본 원·엔 환율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실질실효환율을 기준으로 볼 때 엔화 가치가 달러화와 비교해서는 이미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원화와 비교해서도 바닥에 근접했다고 분석했다.
실질실효환율이란 명목환율에 각국의 물가지수와 수출구조를 반영한 수치로 명목실효환율지수와 구매력평가지수의 비율로 산출한다. 실질실효환율이 상승하면 비교통화 대비 해당 통화의 가치가 높아지고 하락하면 가치가 낮아진다. 실질실효환율은 해당 국가의 교역대상국이 수출 및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해 산출하기 때문에 명목환율보다 수출경쟁력 판단의 정확성이 높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달러화에 대비한 엔화의 실질실효환율은 75포인트(2010년=100포인트)로 계산됐다. 이는 아시아 금융위기 직후인 1998년 8월의 96.1포인트는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의 79.4포인트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1994년 통계치가 제공된 후 최저치다.
반면 달러화 대비 원화의 10월 실질실효환율은 110.8포인트로 원화 강세가 두드러졌던 1995년 12월의 125.5포인트와 2006년 12월의 131.9포인트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2010년 이후로는 가장 높은 것으로 계산됐다.
엔화 약세, 원화 강세의 영향으로 엔화에 대비한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최근 2년 새 꾸준히 상승하며 10월 현재 144.7포인트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기록한 역대 최고점인 163.3포인트에 근접한 수준이다.
문제는 일본의 확장적 통화정책과 우리나라의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추세를 고려하면 내년에 역대 최고치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석유화학과 철강은 물론 자동차·기계·가전 등 일본과의 수출경합도가 높은 제품의 타격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내년 원·엔 실질실효환율이 역대 최고치를 넘어서면 수출경쟁력이 더욱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장 우리나라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은 물론 기업의 채산성 악화에 따른 연구개발 투자 저하로 중장기적 제품경쟁력 하락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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