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 KB, LIG손보 인수 물건너간 듯
KB금융지주의 LIG손보 인수가 사실상 무산 쪽으로 흐르는 분위기다. 애초 KB금융 사외이사들의 퇴진을 승인의 선결 조건으로 내걸었던 금융당국의 내부 분위기가 최근 들어 “아무래도 승인이 어렵다”는 쪽으로 완연히 기울었기 때문이다. 그간 시장에선 KB사태가 마무리되면 LIG손보 매각도 매듭지어질 걸로 예상해 온 게 사실. 뒤늦은 금융당국의 변심 배경을 두고, 또 이런 태도 변화의 정당성을 두고 논란이 커지는 모습이다.
20일 복수의 금융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 내부에선 KB의 LIG손보 인수 승인에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관계자는 “무엇보다 KB 지배구조 문제가 해결돼야 하지만, LIG손보 인수 승인 문제는 그 때 가서 별도로 짚어봐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는 그간 “인수자의 경영능력에는 지배구조 안정이 주요 조건이므로 먼저 지배구조 문제가 해결돼야 하다”고 말해 온 것과는 사뭇 다른 뉘앙스다. 그는 이날 이경재 KB금융 이사회 의장의 사임 소식이 전해진 후에도 “마찬가지 입장”임을 재확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승인 여부가 올해 안에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도 말했다. KB금융과 LIG손보 간의 인수계약은 올 연말을 넘기면 자동 해지된다. 결국 내년이 되면 금융위의 손을 벗어나는 셈이다. 이 관계자는 “계약을 연장할 지는 두 회사의 문제이고 승인은 그 때 가서 또 검토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승인 검토 시기를 늦추며 자연스레 계약 무산을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당국의 달라진 태도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금융위가 암암리에 흘리고 있는 이유는 “생명보험이면 몰라도 KB가 손해보험을 인수할 경우, 시너지 효과에 부정적인 분석이 많다” “애초 인수가격이 너무 높았다” 등이다. 하지만 이를 곧이 곧 대로 받아들이긴 쉽지 않다.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이제 와서 이런 이유를 들먹이는 건 핑계거리로밖에 비춰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이런 배경에는 ‘정무적 판단’이 작용하고 있지 않겠느냐는 음모론이 고개를 들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당국이 지지했던 후보가 KB금융 회장에 선출되지 않은데 대한 보복이라는 해석까지 나올 정도다.
증권가와 금융권은 인수 무산의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딜이 무산되면 양사에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익명을 원한 민간연구소 연구원은 “KB금융은 KB사태로 인한 원죄라도 있다고 쳐도, LIG손보는 애꿎은 피해를 보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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