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복 대기자]
'영원한 공주' 탤런트 김자옥씨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63살. 김씨의 소속사 소울재커는 16일 보도자료를 내어 "김씨가 이날 오전 7시40분께 별세했다. 고인은 2008년 대장암 수술을 받았으나 최근 암이 재발하여 병세가 급속히 악화됐다. 병원 중환자실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과 이별을 고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병인 대장암이 폐 등으로 전이돼 이에 따른 합병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출신인 김씨는 19살 때인 1970년 <문화방송>(MBC) 2기 공채 탤런트로 뽑히면서 배우로서 첫발을 내딛었다. 그 뒤 40여년 동안 <사랑의 조건> <유혹> <모래위의 욕망> <인간의 땅> 등 숱한 드라마에 출연하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데뷔 이후 엠비시 드라마의 간판 배우로 활약한 그는 김영애, 한혜숙과 함께 '70년대 안방극장 트로이카'로 불리기도 했다. 지난 3월 종영한 <에스비에스>(SBS) 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가 마지막 유작 드라마가 됐다.
영화계에 남긴 자취도 크다. 1976년 <보통여자> 주연을 맡으며 스크린에 데뷔해 <o의 아파트>, <영아의 고백>, <지붕위의 남자>를 잇달아 성공시키며 흥행배우라는 이름도 얻었다. 백상예술대상에선 영화부문 여자최우수연기상을 2번(<보통여자> <목마위의 여자>)이나 탔다.
중년이란 수식어를 얻은 뒤엔 시트콤 코믹 연기는 물론 예능에도 도전하는 등 배우로서 보폭을 크게 넓혔다. 인기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에선 극중 이순재와 비밀 연애를 하는 학교 교감역을 맡았다. 올해 초엔 배낭여행을 소재로 한 <꽃보나 누나>에 출연해 젊은 층의 지지를 넓혔다. 지난해에는 개성있는 영화문법으로 국내외 마니아층을 확보한 홍상수 감독의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에 출연했고, 지난 5월에는 연극 <봄날은 간다>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잠시 가수 활동을 하기도 했다. 96년 발표한 <공주는 외로워>란 앨범은 60만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공주'라는 별명도 이 때 생겼다. 나이듦에도 여전히 소녀 같은 느낌의 외모와 나긋나긋한 발성은 이전 선배들과는 다른 그만의 '중년 여배우 캐릭터'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여 배우들이 나이가 들면서 아줌마로 변해 망가지는 연기를 하는 것이 대세일 때 김씨는 중년 여성의 매력을 보여주었다. 이는 고인이 갖는 차별점이다"고 말했다. 빈소는 서울 강남성모병원이며 발인은 19일이다. 배우자는 가수 오승근씨이며, 자녀로 1남1녀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