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복 대기자]
서울 강남의 무허가 집단거주지인 구룡마을에 또 큰 불이 났다. 9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52분께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발생한 화재로 14개동
42세대가 불에 탔다. 거주민 97명이 이재민 대피소로 마련된 개포중학교 강당으로 긴급 대피했다.
8지구내 고물상에서 발화된 것으로 추정되는 불은 인근 가옥으로 빠르게 번졌다. 불이 나자 불길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소방장비 50여대와 소방헬기 3대가 동원됐다 하지만
소방당국의 발빠른 대응에도 큰 불길을 잡기까지 2시간이 넘게 걸렸다.
소방 관계자는 "판잣집 대부분이 가연성 물질로 지어졌는데다 바람까지 강하게 불어 불길이 빠르게
번졌다"며 "불이 나면서 가스통이 폭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구룡마을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 동안 화재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끊임 없이
제기됐다.
구룡마을 내 가옥은 대부분 판잣집으로 화재에 취약한
재질로 돼 있다. 비닐과 목재, 화학재질인 단열재 등 불에 쉽게 타는 자재로 지어졌다. 가옥이 밀집해 있고 전선 등이 뒤엉켜 있어 화재 위험성이 늘 존재한다. 더욱이 LPG 가스통이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어 자칫 연쇄폭발 등의 위험도 안고 있다.
소방당국은 구룡마을의 화재 발생이 빈번하고 한번 화재가 나면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화재경계지구'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1999년에만 3차례에 걸쳐 불이 나 수백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기도 했다. 2009년부터 발생한 화재는
이날 화재까지 더하면 무려 12건이나 된다. 총 8개 지구 중 화재가 반복해서 서 발생한 곳도 있다.
1988년 형성된 무허가 집단거주지인 구룡마을에는 판잣집과 같은 가건물 391동 1807세대가 밀집해
있다. 거주자만도 무려 2609명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