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청도 송전탑 돈봉투' 서장 등 14명 검찰 송치
경북 청도의 한전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들에 대한 돈 봉투 살포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9일 한전 지사장에게 주민위로금 1700만원을 강요, 이를 주민들에게 전달한 이현희 전 청도서장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이 전 서장에게 1100만원을 건넨 한전 지사장 등 10명을 뇌물수수 및 공여 혐의로, 비자금으로 한전지사 직원에게 뇌물을 건넨 시공업체 대표 등 3명을 업무상횡령 및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는 등 이 사건과 관련, 총 14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7월 청도군 각북면의 송전탑 공사가 재개되자, 이를 반대하는 주민과 시민단체 등의 시위로 경찰력 배치가 일상화됐다. 잦은 시위와 충돌로 할머니 등 주민들이 부상을 당하자, 이 전 서장은 주민들에게 치료비 및 위로금을 지급하면 대치 상황이 해소될 것으로 생각했다.
이에 이 전 서장은 8월께 한전 지사장에게 반대 주민 치료비 및 위로금 명목으로 3000~5000만원을 요구했다. 한전 지사장은 시공업체에 이를 설명하고 9월2일 100만원을 시작으로 5일과 7일 각각 500만원, 1100만원 총 1700만원을 이 전 서장에게 전달했다.
이 중 1100만원은 시공업체가 추석연휴인 관계로 나중에 보전해주기로 하고, 지사장 개인 계좌에서 인출해 전달했다. 이렇게 전달 받은 돈은 겉면에 이 전 서장의 직함과 이름이 인쇄된 봉투에 담겨 송전탑 건립을 반대하는 할머니 6명에게 전달됐다. 봉투에는 각각 100~300만원의 돈이 들어있었다. 2명은 봉투를 돌려줬지만 4명의 할머니는 직접 봉투를 받거나 가족 등이 대신 받았다.
이에 대해 이 서장은 돈 봉투를 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동안 한 달이 넘는 장기대치에도 불구, 말이 통하지 않던 다친 할머니들에게 명절도 되고 해서 순화활동의 일환으로 한과와 함께 치료비 및 위로의 의미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보상도 끝났고 공사도 거의 마쳐가는 시점이라 명절에 가족들과 편안히 보내면서 경찰을 앞으로 도와달라는 의미이지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경찰조사에서 반대 주민들에게 들어간 이 돈은 시공업체가 마련한 비자금으로 밝혀졌다. 시공업체는 2009년 1월부터 올 9월까지 20여명의 가짜 직원 계좌로 매달 1000~2000만원씩 급여를 지급하는 방법으로 총 13억900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
아울러 경찰은 해당 시공업체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시공업체 현장 계좌를 살펴본 결과, 2009년 1월부터 최근까지 한전 지사장 3명과 담당부서 임직원 7명 등 10명에게 명절 및 휴가비 등의 명목으로 3300만원을 건넨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
경찰청 송병일 지능범죄수사과장은 "이 사건은 청도서장이 지역갈등을 해결하고자 자신의 직권을 남용해 한전 측에 요구한 것"이라며 "한전 측이 처음에는 찬성 주민들과 형평성 문제와 선례를 남기는 것에 대한 부담 때문에 거절했으나, 경찰서장이 압박 수위를 높이자 어쩔 수 없이 돈을 전달 한 것"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반대하는 주민들이 시위과정에서 할머니들을 앞세워서 이 전 서장이 부담을 많이 느꼈다"며 "할머니들이 다치면 안 되니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이런 선택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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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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