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3년만에 최저...4Q 대규모 재고평가손실 불가피할 전망
국제유가 급락으로 정유업계가 올 4분기에도 적자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국제유가가 3년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지면서 4분기 반등을 노렸던 정유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본업인 석유정제사업에서 잇따라 적자를 낸 정유업계는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감소하는 악순환에 빠져있다. 팔수록 손해보는 수준까지 정제마진이 악화됐다.
정유사들이 원유를 구매해 국내로 들여오기까지는 1개월 이상이 걸리는데 국제유가가 최근 급락하면서 유조선에 싣고 이동하는 동안 배럴당 약 10달러 정도의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했다. 미리 사들여놨던 원유 비축분에 대한 평가손실까지 더해지며 대규모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국제유가 불확실성이 최근 더욱 심해지면서 4분기에도 대규모 재고평가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7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장 대비 1.25% 하락한 배럴당 77.70달러에 체결됐다. 영국 런던 ICE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북해산 브렌트유 12월 인도분은 0.58% 내린 82.47달러에 체결됐다. 미국이 양적완화 종료를 선언하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중국 경제성장률 둔화 우려로 원유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북미 시장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동북아 시장보다 미국에 원유를 더 저렴하게 판매키로 한 것도 악재로 떠올랐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미국 판매 원유에 대한 가격인하 결정은 가뜩이나 달러강세,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 등으로 약세인 유가에 결정타를 날렸다.
국제유가는 최근 넉달새 25% 가량 추락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사우디의 미국 에너지 생산업자들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가격을 인하해서라도 미국시장의 점유율을 잃지 않으려고 하는 전략으로 풀이했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아래 가격을 지속되면 미국의 셰일 개발 붐이 둔화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오는 27일 OPEC 석유장관 회의에서 현재 유가 하락을 막기 위한 충분한 대응책이 나오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유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달말 3분기 실적발표 당시 국제유가 추가하락 가능성을 낮게 점쳤던 정유사들은 국제유가 하락에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28일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유가는 배럴당 80달러대 초반이지만 추가하락은 쉽지 않다"며 "상당기간 하방경직성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고 '바닥론'을 제기했다. 그러나 1주일만에 국제유가가 70달러대로 내려앉으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골드만삭스는 내년 2분기까지 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업계1위 SK이노베이션의 경우 3분기 재고평가손실만 1900억원에 달했다. GS칼텍스는 손익분기점 아래까지 정제마진이 악화되면서 정유사업에서만 3분기 1640억원의 적자를 냈다. 4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4분기에도 1000억원 이상의 영업적자가 예상된다. 최대주주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인 S-OIL도 연간 적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른 정유사들이 남미, 북해, 미국 등 원유도입처 다변화를 통해 경쟁력을 갖추려 애쓰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S-OIL은 운신의 폭이 좁다. 정제마진은 6분기 연속 적자가 이어지고 있고 주력 화학제품인 파라자일렌(PX) 가격도 최근 급락했다. 현대오일뱅크는 9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가며 다른 정유사들에 비해 선방했지만, 전년 동기대비 영업이익이 72.7%나 줄었다.
원유와 석유제품간의 가격차를 뜻하는 정제마진은 정유사들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다. 현재 정제마진은 2009년 이후 최저치다. 글로벌 생산업체들이 자율감산에 들어갈 정도다. 통상 정제마진은 배럴당 4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판단하는데 올 3분기 평균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2.2달러에 그쳤다.
정유업계에선 4분기 정제마진 급락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현재 정제마진은 2009년 이후 최저로 역내 신증설이 추가로 있지만 현재수준의 정제마진이 급격히 하락할 가능성은 상당히 작다"고 설명했다. 급락 가능성은 낮지만 개선세도 제한적일 전망이다. 회사 측은 "정제마진은 급격한 유가 하락에 따른 마진 개선 및 동절기 경유 등 석유제품 수요 확대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중동을 중심으로 한 신규설비 신증설 영향을 받아 제한적인 개선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황유식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유가급락으로 정유사들의 4분기 실적도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고가의 원재료 사용에다 연말재고조정 시기와 맞물려 시장수요도 둔화되며 실적이 악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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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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