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 공모청약, 뜨거웠지만 예상에는 못미쳐
6일 오후 2시30분 한국투자증권 여의도 본점 객장 대기석은 투자자들로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수십년 동안 공모주 투자를 해왔다는 이들은 대부분 60~70대 고령 투자자들이었다. 삼삼오오 모여서 삼성SDS와 제일모직 등 최근 공모주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70대 할머니가 아들에게 자금이 좀 부족하니 여윳돈을 송금하라고 전화 중이었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창구보다 ARS가 수수료가 싸다는 말에 휴대전화를 붙들고 ARS로 청약하느라 바빴다.
삼성SDS 공모청약 마감일 분위기를 볼 겸 객장에 나왔다는 이들은 경쟁률이 높아 실제 손에 쥘 수 있는 공모주가 별로 없을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삼성증권 지점은 더 북적였다. 오후 한때 삼성증권 여의도 지점은 대기순번만 20번이 넘어갈 정도였다.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한 청약이 대세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정도면 꽤 몰린 것이다. 삼성증권에 들렀다 한국투자증권으로 왔다는 한 투자자는 “한투가 대표 주관사라 청약 한도가 더 높은데 사람들이 삼성SDS니 삼성증권에 가야 하는 줄 아는 이들이 많았다”며 “어쨌든 근래 이만한 투자기회가 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청약증거금 역대 2위..기록 경신은 실패
이날 삼성SDS 공모청약 최종 경쟁률은 134.19대1로 집계됐다. 첫날 20.31대1을 기록해 2조3500억원이 증거금으로 들어왔고, 둘째 날 이보다 5배가량 많은 13조200억원이 유입돼 총 15조5520억원이 몰렸다. 지난 2010년 삼성생명이 기록한 역대 최대 청약증거금 19조8444억원을 갈아치우는 데에는 실패했다. 이처럼 경쟁률 200대1을 못 넘긴 데에는 치열한 경쟁 때문에 몇 주 못 받을 것으로 보고 지레 포기한 투자자들이 상당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관투자자 경쟁률인 651대1 정도라 가정할 때 청약증거금으로 6200만원 가량 넣어야 고작 1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고민 끝에 온라인 청약을 마친 한 투자자는 “은행에 예금한 노후자금까지 이체해 청약할까 했지만 몇 주 손에 못 쥘 것 같아 증권사 계좌에 있는 금액 내에서만 청약했다”며 “경쟁률이 이 정도 수준에 그칠 줄 알았으면 더 할 걸 그랬다”고 말했다. 또 요란하게 기업공개를 했지만 상장 후 장기간 공모가를 밑돌았던 삼성생명을 떠올리며 일찌감치 청약을 접은 투자자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무후무할 기록?
한편 다음 달 또 다른 대어 제일모직이 청약을 실시하지만 삼성생명과 삼성SDS의 공모주 청약 증거금 1~2위 기록을 깨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제일모직은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로서 더 큰 관심을 받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변수가 있으니 바로 오는 28일 시행에 들어가는 차명계좌 금지법이다. 지금까지 차명계좌까지 동원하는 것은 공모주 청약의 대가들 사이에서는 관행이었다. 청약금액을 높이면 높일 수록 물량을 더 받을 수 있어서 였다. 하지만 차명계좌 금지법이 시행되면 금융기관은 차명계좌임이 의심되는 계좌를 금융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그래서 창구에 앉아 명의가 다른 통장을 꺼내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차명계좌 금지법 시행으로 인해 공모주 청약에 몰리는 자금이 큰 폭으로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며 “제일모직의 청약 규모가 삼성SDS를 다소 웃도는 수준이어서 실제로 몰려드는 자금은 적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제일모직은 일반투자자 대상으로 575만주에 대해 청약을 실시한다. 희망 공모가 하단(4만5000원) 기준 2587억원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