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위 종합정책질의, 예산과 동떨어진 질의로 시간 허비
376조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 심사가 6일 본격 시작됐지만 '예산'이 빠진 예산안 심사가 이어지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이날 종합정책질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새해 예산안 심사에 착수했다. 정홍원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이 출석한 가운데 정부 제출 새해 예산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세출 및 세입 예산에 대한 적절성을 따지기 위한 자리다. 하지만 이날 진행된 예결위 종합정책질의는 예산과는 동떨어진 발언이 이어지면서 질의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정부 제출 예산안의 구체적인 항목을 따져보는 질의는 찾아보기 힘들고, 원론적인 수준의 질의나 정책과는 무관한 정쟁 거리를 둘러싼 공방이 잇따랐다. 심도 있는 예산 심사가 진행되지 못하면서 예결위 정책질의와 전날까지 나흘간 실시했던 대정부질문과의 차이점도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예산과 동떨어진 예결위 정책질의는 주로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 의원을 중심으로 이어졌다.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와 대정부질문에서도 제기했던 '사이버 사찰' 논란을 재차 예결위 정책질의에서 꺼내들었다. 정 의원은 이날 정 총리를 상대로 "대통령 말한마디에 카카오톡과 네이버밴드, 네비게이션을 다 죽이겠다는 것 아니냐"며 "대통령이 기분 나쁘다고 기업들이 몇 조씩 피해를 보면 되겠나. 대통령에게 기분 나쁘신 것 좀 참으라고 해달라. 기업들 골병든다"고 말했다.
국정감사 과정에서 제기된 청와대 고가 헬스 기구 구입과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논란도 예결위 정책질의에서 되풀이 됐다.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청와대가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 유명 트레이너 윤전추씨를 3급 행정관으로 채용하고, 고가 헬스 장비를 구입했다는 의혹을 예결위 정책질의에서 재차 추궁했다. 같은 당 윤후덕 의원 역시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국회 답변에 대한 사과 요구와 음주 추태 논란을 일으킨 신현돈 전 1군사령관의 전역 과정과 관련 질의에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야당 의원들의 이 같은 질의가 이어지자 이를 반박하려는 여당 의원의 발언도 이어지면서 예결위원 한 명당 주어진 10분(답변 시간 제외)의 주질의 시간은 금세 지나갔다. 본인의 지역구와 관련된 '민원성' 예산 질의 역시 올해도 되풀이됐다. 경기 광주시가 지역구인 노철래 새누리당 의원은 예결위 정책질의에서 수도권 규제 완화 및 경기 동부권 대학 설치 필요성 등을 주장했고, 같은 당 함진규 의원(경기 시흥갑) 역시 지역구 그린벨트 지역의 공공주택지구 지정 문제에 대한 정부의 관심을 촉구했다.
서울 중구가 지역구인 정호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지역구 내 국립중앙의료원 이전 문제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국무위원들에게 주문했다. 이처럼 깊이 있는 예결위 정책질의가 진행되지 못하면서 올해 역시 새해 예산안에 대한 부실·졸속 심사와 법정시한 처리(12월 2일) 무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예결위는 이날부터 양일간 종합정책질의에 이어 오는 10~13일에는 경제부처 및 비경제부처에 대한 부별 심사를 진행한다.
이후 16일부터는 일부 예결위원만 참여하는 계수조정소위원회가 가동되기 때문에 전체 예결위원들이 예산안을 들여다보는 것은 6일간의 정책질의 및 부별심사가 사실상 마지막이다.
특히 올해의 경우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예산안 자동 부의제도가 시행되는 첫 해여서 예산 심사 기간이 어느 때보다 빠듯한 상황이다.
도대체 내년도 국민살림살이를 위한 예산안 심사에 대통령 헬스기구가 왜 나오는 것일까? 황금같은 시간에 대통령 헬스기구가 중요한가? 국민살림살이가 중요한가? 그럼 국민들은 그런 질문과 발언을 한 의원 집 변기가 무엇인지 조사해야 하나?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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