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복 대기자]
60대 택시기사가 지난 2일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경찰은 4일 이번 사건을 살인사건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단서를 찾지는 못하고 있다. 자칫 수사가 장기화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뉴시스가 단독으로 취재한 차량운행기록계를 근거로 이번 '택시기사 의문의 피살사건'에 대한 사건을 재구성해 보고자 한다.
◇11월 2일 대체
무슨일이…
11월2일은 일요일이다. 경찰은 초기 수사에서
피살된 박모(62)씨가 '일요일에는 택시 영업을 하지않고 교회를 나간다'는 가족들의 진술을 토대로 원한관계가 있는 면식범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차량운행기록계에 나타난 운행동선을 보면 면식범이기보다는 택시강도에
무게가 실린다. 박씨의 소나타 택시는 이날 오전5시30분께 첫 시동이 걸렸다.
시동이 걸린 지 9분 뒤인 오전5시39분에 첫 손님을 태우고 미터기를 작동시켰다.
이후 택시는 4.1km를 이동했고, 정확힌 10분 뒤인 오전5시49분에 손님이 내린다.
첫 손님이 내린 지 불과 1분이 지난 오전5시50분에 두번째 손님이 박씨의
택시에 올라탔다. 이 손님은 택시 탑승지점에서 15.1km 떨어진 곳까지
이동했고, 오전6시8분에 하차했다. 이런 기록은 고스란히 차량운행기록계에
담겨져 있다.
그러나 차량운행기록계에 남겨진 기록은 오전6시8분이
마지막이다. 이후의 기록은 차량운행기록계에 전혀 담겨져 있지 않다.몇시간 뒤인
오전 11시40분. 박씨는 전북 익산 왕궁면 동용리 왕궁저수지(함벽정) 앞 수로 입구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그러나 박씨의 시신만 발견됐을 뿐 박씨의 택시는 현장에 없었다. 그러던 중 박씨의 택시는 오후4시30분께 전주시 덕진구 인후동의 한 고등학교 인근 도로에서 발견이
됐다.
◇오전6시8분, 오전6시30분…대체
왜
이번 사건의 가장 미스터리한 부분이 바로 시간이다.
박씨의 차량에 설치 된 차량운행기록계에는 오전6시8분이 마지막 기록일 뿐, 그
이후에는 아무것도 저장 돼 있지 않다. 그러나 박씨의 택시는 완주군 봉동읍
제네리에서 왕궁 방면으로 오는 길목에서 촬영된 방범용 CCTV에 찍혔다. 방범용 CCTV에 찍힌 시간은 오전6시30분. 즉 22분이라는 시간이 사라진
것이다.
이같은 시간적 차이가 나는 것은 바로 택시를 잘 알고
있는 누군가가 고의로 차량운행기록계 전원을 차단시켰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오전6시8분에서 오전6시30분 사이에 박씨가 살해됐을 가능성이 농후한 것을 의미한다.
실제 차량운행기록계 제조사와 장착 업체 관계자 등은 "차량운행기록계에 기록이
없다는 것은 차량이 시동을 켜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6시8분 뒤에 기록이 나오지 않는다는 의미는 고장여부도 있겠지만, 누군가가 기록계 전원을 끄는
등 인위적인 방법으로 훼손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경찰 수사 어떻게…
전북경찰청과 익산경찰서, 전주 덕진·완산경찰서 등이 합동으로 이번 사건에 대해 전방위적 수사를
벌이면서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다. 경찰은 운행기록 등이 담겨져 있는 자료를
토대로 도로교통공단의 협조를 받아 박씨의 택시차량에 대한 이동 좌표를 확인했고, 이동 좌표 지점 등을 중심으로 탐문수사와 함께 방범용 CCTV
등을 일일히 확인하면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 전문 택시강도 또는
원한관계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중이다.
한편
차량운행기록계는 택시 안에 요금미터기와 연결된 위성항법장치(GPS) 등을 통해 차량의 이동시간과 거리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장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