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복 대기자]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내년부터 무상급식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3일 발표했다.
경남교육청과 일선 학교들이 무상급식 예산 지원에 따른 특정감사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홍준표 지사는 "무상급식
지원금을 끊더라도 가난한 학생들이 밥 굶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무상급식 예산을 서민과 소외계층 자녀들의 교육사업 보조금으로 직접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홍준표 지사의 무상급식 예산 중단 발표 직후 양산시와
하동군은 이날 "경남도가 예산 지원을 중단하면 우리도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경남도의 무상급식 예산 지원은 329억 원으로 경남도 전체 급식비의 25%다.
경남교육청은 "경남도와 시군이 급식비 지원을 중단하면 학생 22만 명이
무상급식 대상에서 제외 된다"며 즉각 반발했고 4일 공식 입장을 내겠다고 했다. 홍준표 지사는 "감사 없는 예산은 없다"는 당위성을 강조했고, 경남 교육청과 경남 시민회단체들은
"특정 감사라는 월권행위를 하려다 거부당하자 무상급식 예산을 중단하겠다고 한 것은 정치적 노림수라"고 비판한다. 홍준표 지사는 지난해엔 진주의료원 폐업을 강행해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무상복지과 관련된 정치·사회적 이슈를 또 던짐으로써 스스로 쟁점을
불러일으켰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홍 지사는 정치·사회적
논쟁거리를 만드는 것을 즐기는 성향을 가진 정치인이라는 평을 한다. 경상남도에
이은 양산군과 하동군이 가세하면서 지자체들의 무상급식 예산 중단 도미노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 사실 17개 시도와 기초자치단체들은 무상급식 예산 때문에 재정이 어렵다며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중앙 정부에서는 지방정부의 볼멘소리라고 치부하지만 재정이
빈약한 지자체들은 무상급식 예산으로 인해 다른 복지 정책과 자체 사업을 못한다고 아우성이다.
경남도에 이어 다른 광역자치단체들도 무상급식 예산 중단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올 수 있으나 그럴
개연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차기를 노리는 광역단체장들이 여럿 있을지라도 홍준표
지사처럼 논란거리를 만드는 것을 즐기지 않고 오히려 우려하는 쪽의 지자체장들이다. 그래서 경남의 시민사회단체와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홍 지사의 무상급식 중단 결행 내면에는 정치적
승부수가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른바 보수 세력의 결집, '보수 세력의
아이콘'이 되겠다는 정치적 포석이다.
새누리당의 차기 주자를
염두에 둔 정치성 짙은 결정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분석이다. 홍준표
도지사는 어떤 문제를 정치사회적으로 이슈, 쟁점화하는데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탁월한 감각을 지니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홍준표 지사만큼 이슈 메이킹을 잘하는 정치인도 별로 없을 것이며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하지 않다"고 말했다. 홍 지사는 무상급식 예산
중단 발표를 통해 다시 한 번 중앙정치 무대와 중앙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다. 홍 지사가 무상급식 중단이라는 카드는 꺼낸 게 정치적 의도를 지닌 결단이라면 바로 이런 배경
때문이다.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당 대표를 마치고 경남도지사로
내려갔을지라도 결국 중앙 정치무대에서 잊혀지지 않는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실제로 무상급식 문제란 무상급식 시리즈에 염증을 내고 있는 보수층과 일부 중산층에
'소구력'(어필)있는 의제다. 홍 지사는 앞으로도 기회 있을 때마다 지방의
이슈를 중앙의 이슈로 전환하려 할 것이다. 또한 그는 내년 중반기가 되면
새누리당 지도체제에 대해서도 비판성 목소리를 낼 것이다. 홍 지사와 함께
정치권에 진입한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홍준표 지사는 정치 9단은 아닐지언정 나름의 판단과 분석, 전망을 토대로 5,6단 정도는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