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복 대기자]
방산 비리의 먹이 사슬은 난마처럼 얽혀 있다. '각
군·방위사업청·국방과학연구소(ADD) - 30여 개에 이르는 체계 방산업체 - 부품 생산업체 - 부품 하도급업체'로 이어지는 방산 비리 생태계
곳곳에서 비리가 싹트고 있다.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이 직접 나서
방산·군납 비리를 이적(利敵)행위로 간주하고 민·군 합동수사본부를 가동해 방산 부패· 군납 비리 커넥션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고 선언한 것은
방산 비리 생태계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민·군 합동수사본부 성공 여부는 방산비리 생태계의 먹이사슬
구조를 제대로 파악한 뒤 정밀한 외과수술을 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방산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00명 이상 상전 접대해야 부품 납품" = 방사청에 근무하다가 1차 부품 협력업체 대표로 있는
A(57) 씨는 "미사일이나 항공기·함정 연구·개발 사업에는 수백 가지 부품이 들어간다"며 "슈퍼 갑인 방사청 관련 부처와, ADD,
체계종합업체 관계자 등 상전을 100명 넘게 만나 접대할 수밖에 없는 게 방산비리 생태계 구조"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생태계 먹이사슬의 아래로
내려가는 2차 부품 협력 하도급업체 간부인 B(57) 씨는 "부품 하나 공급하는 데 150명 이상의 상전을 모셔야 한다"며 "연구·개발 등에
들여야 할 돈이 '너무 많은 상전' 접대에 들어가다 보니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부실 부품 납품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A 씨는 "군수품의 경우 주문생산이라는 점 때문에
사업이 끝날 때까지 수많은 규제와 끊임 없는 새로운 요구와 간섭을 받게 된다"며 "결정된 가격은 변함없는데 작전요구성능(ROC) 등 요구는
수시로 바뀌고 공정은 늘어나 비용이 증가하는데도 사업비 증액은 아예 없다"면서 "ADD나 방사청은 비용 증가는 나중에 양산 단계에서 보전받으라고
하는데 실제 비용 회수가 되지 않는 실정으로, 정보기술(IT) 등 기술전문기업의 경우 소프트웨어 개발 값은 아예 고려하지 않고, 일용 노임
단가로 원가를 계산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방산비리 먹이사슬
생태계 = 민·군 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해 방산 부패·납품비리 전반에 '메스'를 들이대기로 한 것은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이 추진하는 방산 비리 '셀프
개혁'에 대한 국민적 불신감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민·군 합동수사본부의 칼날은 방위산업의 슈퍼 갑으로 먹이사슬 피라미드의 정점인
'군·방위사업청과 ADD'를 필두로 체계종합업체→전문방산업체→1차 부품 협력업체→2차 부품 협력 하도급업체로 이어지는 먹이사슬 비리 커넥션의
고리를 차단, 건강하고 생산적인 생태계를 재창출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방사청과 한국국방연구원(KIDA) 무기획득 분야에서 근무한 퇴직 공무원 C(60) 씨는 "방사청
통합관리사업팀(IPT)이 방산업체들이 제시한 사업 계획서와 ROC가 제대로 됐는지 '숙제 검사'를 할 전문성을 갖추지 못해 무기 부실화를
초래한다"며 "그러다 보니 가능하면 사업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부서를 선호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C 씨는 "연구인력이
30% 이하인 ADD는 새로운 무기체계 연구 인력을 충원하지 못해 연구·개발 성과에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면서 "ADD가 담당하는 사업관리
부문을 민간 기업에 맡겨 시장경제 원리에 따르는 정책전환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