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등교--맞벌이 가정 “아이 맡길곳 없어” 당혹
지난 9월 경기도교육청이 첫 시행한 ‘9시 등교’에 대해 일부 교육청들이 동참하거나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교육청이 내년부터 9시 등교를 시행하겠다고 3일 공식 발표하면서 일선 교육 현장에는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서울시교육청은 전국 17개 시ㆍ도교육청 중에서 학교와 학생수에서 경기도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어 그 파급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
‘9시 등교’는 청소년들의 여유로운 아침을 돌려주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다는 기치 아래 경기도교육청이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이에 맞벌이를 하는 학부모들 사이에서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치기도 했다. 교육 현장에서는 이전 경기도교육청이 9시 등교를 공론화했을 당시와 유사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다시금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당장 아침 출근이 문제가 될 수 있는 맞벌이 가정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둔 서모(36) 씨는 “맞벌이 부모들은 출퇴근 시간에 걸려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특히나 저학년 학부모로서 출근 시간에 맞춰 일찍 집을 나서면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불편할 것”이라고 했다.
중1학년 아들과 초등학교 6학년 딸을 키우는 기모(43ㆍ여) 씨는 “자영업을 하거나 오전 시간에 여유가 있는 이들이 아니라면 이 시간에 맞춰 아이들 등교를 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9시 등교 시행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반대입장을 재확인했다. 김동석 교총 대변인은 “등교 시간은 학생, 학부모, 교원에게 급격한 변화를 초래할 뿐 아니라 사회 종합적인 파급효과가 큰 만큼 절차적 민주성과 현장 적용성을 따져봐야할 것”이라며 “교육청 차원에서 일괄적으로 강행하거나 강요해서는 안되며 학교장 재량에 따라 실질적인 자율성을 보장해주고 등교시간을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시행을 환영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중학생 학부모인 전모(45ㆍ여) 씨는 “경기도가 9시 등교를 도입한다고 했을 때 반대 목소리가 없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만족하고 학교도 대응책을 내놓으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같다”며 “초기에는 불편할 수 있지만,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면 적응해야 하지 않겠냐”고 9시 등교 시행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서울 노원구 소재 초등학교의 한 교사는 “잠을 충분히 자고 등교하는 아이들의 성격이 모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인성 교육면에서 효과가 기대되고, 교사들도 아침에 출근해 수업을 준비하는데 여유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일각의 우려에 대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번 9시 등교 제안에 따라 구체적인 실행은 각 학교의 구성원들이 충분한 논의와 협조로 자율적으로 시행될 것”이라며 “학생들이 보다 건강하고 활기차며 참여적인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경기에 이어 서울도 ‘9시 등교’라는 폭발적 이슈가 등장하게 됐다”며 “옳고 그름을 떠나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일고, 네티즌의 찬반 논쟁이 뜨겁게 전개될 것 같은데, 지혜로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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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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