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복 대기자]
포드의 스포츠 실용차(SUV) 모델 '이스케이프' 차주인 임씨. 지난 8월 여름휴가를
앞두고 포드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차가 리콜 대상이니 '지체 없이' 가까운 포드 딜러 서비스 센터에 전화해 서비스 예약을 하라는
내용이었다. 2006년12월11일부터 2010년9월3일까지 생산된 이스케이프는
조향장치에 결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저속 주행 때 방향을 틀기가 어려워져 사고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리콜 대상 차량은
1820대로, 임 씨의 차도 그 중 하나였다. 임씨는 통지문에 나온 대로 '지체 없이' 포드 측에 전화를
했다.
포드 측은 예약이 밀려 추석 연휴가 지나고 연락을 따로
주겠다고 했다. 임 씨는 문제가 있는 차를 타고 휴가를 가야 한다는 생각에 꺼림칙했지만 믿고 기다렸다. 하지만 추석 연휴가 지나고, 통보를 받은 지 2달을 넘긴 현재까지 감감무소식이다. 기다리다 못한 임
씨는 29일 다시 포드 측에 전화를 걸었지만 이스케이프뿐 아니라 다른 모델도 비슷한 시기에 리콜이 진행돼 처리할 물량이 많다며 "순차적으로
연락을 할 테니 기다리라"는 대답이었다.
같은 회사의 조 씨, 송
씨 등도 임 씨와 비슷한 시기에 이스케이프를 구입해 타고 있다. 이들 역시 아직까지 리콜 서비스 예약도 잡지 못했다. 임 씨는 "'사고위험이 증가할 수 있는 결함'이라고 했으면 하루라도 빨리 수리를 해줘야 할 것
아니냐. 차를 타고 가다 사고가 나면 책임을 질 건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조 씨는 "중고차로 팔려고 해도 리콜 수리를 안 하고 팔면 가격이
깎일 수밖에 없다"며 "급히 차를 매도해야 할 고객은 어쩌라는 건가"라고 말했다.
'수입차 100만대 시대'를 맞은 국내 수입차 서비스의 현주소다. 올해 1∼9월 수입차의 내수
판매대수 점유율은 13%에 달하고, 판매액으로 따지면 26.4%의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데도 수입차 업체들은 사후서비스(AS)에 대한 투자에
인색하기 그지없다. 포드의 경우 전국에 서비스센터 27개를 운영하고 있다.
BMW(42개), 메르세데스-벤츠(33개), 폭스바겐(28)에 이어 국내에 4번째로 많은 서비스센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현대차의 2400여개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규모로 공식 통보받은 리콜 서비스를 받는 것조차 하늘의 별따기다.
'빛 좋은 개살구'라는 말이 있다. 또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말도 있다. 전자는
겉은 번지르르한데 실속이 없다는 얘기고, 후자는 물건을 팔 때와 판 후의 태도가 다를 때 빗대는 말이다. 수입차 업체들이 중산층들을 대상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차종들을 내놓고 있지만, 여기에는 서비스와 고가
부품 수리의 부담이 빠져있다.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으려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소리다. 아직 일반인에게 수입차가 사치품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