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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처벌 10건 중 1건

posted Oct 30,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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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폭력' 처벌 10건 중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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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복 대기자]

지난 4월 강서경찰서 가양지구대에는 구타로 얼굴이 심하게 망가진 A씨(55·여)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전날 밤 남편은 식당 일을 마치고 귀가한 A씨에게 "오늘은 어떤 놈과 놀다 들어왔느냐"며 마구 때렸다. 의처증이 있는 남편의 폭력을 수십 년간 견뎌왔지만 이날만큼은 참기 어려웠다. 거의 실신상태였던 A씨는 남편이 잠든 틈을 이용해 집을 빠져나왔다.


절망에 빠져있던 A씨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은 경찰이었다. 강서경찰서 전담경찰관과 전문상담사, 변호사로 구성된 팀은 병원 입원 절차부터 이혼 관련 법률지원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개입했다. 남편은 자식들에게 "엄마를 찾아내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다. 하지만 솔루션팀은 남편이 병원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하고, 실종신고로 A씨의 위치를 추적하려던 남편의 시도도 막았다. A씨는 현재 남편의 무자비한 폭력에서 벗어나 이혼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가족의 이름으로 벌어지는 폭력=가정폭력은 은밀하다. 가족의 연으로 맺어진 이에게서 폭행당하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하지만 이런 일은 늘 가족의 울타리 안에 숨겨지곤 한다. 그래서 지속적이고 쉽게 근절되지 않는다. 혼자 남겨진 피해자의 상처를 치유하고 상습적인 폭력을 차단할 수 있는 강도 높은 방지책이 필요하다.

지난해 10월 31일 서울지역 모든 경찰서에 설치된 '가정폭력 솔루션팀'은 이런 이유로 만들어졌다. 서울경찰청은 가정폭력 재발 우려가 있는 1641가정을 특별 관리 중이다. 이 수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국민일보는 지난 1년간 이들이 다룬 가정폭력 사건을 분석했다. 가정폭력 처벌 건수는 급증하고 있지만 신고 대비 처벌률은 10건 중 1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관악경찰서에 도움을 청한 B씨(60·여)는 아들의 상습폭행에 시달렸다. 아들 C씨(38)는 공수부대에서 군무이탈과 교도소 생활을 거친 뒤 술에 의존해 살았다. 밤새 술을 마시고 들어오는 날이면 "술값을 달라"며 어머니 B씨를 때렸고, 이날도 칼을 찾으며 위협해 구속됐다.

B씨는 아들의 폭행으로 심한 우울증을 앓았다. 허리디스크로 일도 하지 못했고 아들이 빌려 쓴 사채와 합의금 마련 때문에 빚도 7000만원이나 지고 있었다. 경찰은 관악구청, 정신보건증진센터, 열린의사회, 한국여성변호사회 등 민간 전문가와 함께 맞춤형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구청에서는 차상위계층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고, 전문가들은 심리상담과 우울증 치료 등으로 B씨를 지원하고 있다.

◇폭력의 악순환을 끊어라=솔루션팀 지원을 받은 서울지역 가정폭력 고위험군 피해자 410명의 경우 재범률이 0%를 기록했다. 일반 가정폭력의 재범률(11%)을 고려하면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신고건수에 비하면 처벌 비율은 매우 낮다. 올해 8월말 기준 112에 접수되는 가정폭력 신고는 하루 평균 80건이지만 가해자를 형사입건한 경우는 9.6건(12%)에 불과하다.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치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역별·연령별 맞춤형 대책을 늘리는 것도 과제다. 가정폭력 고위험군 피해자 410명 중 동대문(116명) 강북(40명) 노원(28명) 구로(23명) 강서(22명) 등 5개 지역이 229명으로 55.8%를 차지했다. 상대적으로 영세민이 많이 사는 지역에서 가정폭력 발생 위험이 높다는 통계다.

전문가들은 가정폭력 피해를 겪은 아동들에 대한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고위험군 피해자 410명 가운데 13세 미만 아동은 41명으로 청소년(13∼19세, 29명)과 노인층(61세 이상, 24명)을 앞질렀다. 지난해 치안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성인 범죄자의 51.2%는 아동·청소년기에 가정폭력을 겪은 피해자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 사범의 64%, 살인범의 60%가 가정폭력의 영향을 받았다. 청소년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는 학생의 학교폭력 경험률은 10.6%로 가정폭력 경험이 없는 학생의 경험률(6.8%)보다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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