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복 대기자]
29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끝난 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올해 박 대통령의 연설을 듣는 태도를 두고 당론을 정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박 대통령의 첫 시정연설을 앞두고 의원총회를 열어 '싸늘한 반응을 보내자'면서 사실상 당론을 정했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의원들을 당론에서 놓아주니 대응이 달라졌다.
쌀쌀한 분위기였으나 기본적 예우는 갖췄다. 지난해 민주당(새정치연합 전신)
의원들은 박 대통령 입·퇴장 때 모두 자리에 앉아 있었다. 박수도 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박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입장할 때 대부분의 의원이
기립박수를 보냈다. 연설 중간 박수를 치는 의원도 드물게 있었다. 박 대통령이 본회의장 맨 앞을 돌며 악수를 청할 땐 박홍근·배재정·김기식 의원
등이 기립해서 악수에 응했다. 지난해엔 자리에 앉아서 박 대통령과 악수를 했다.
박 대통령이 연설을 마치고 퇴장할 때 박수는 치지 않았지만 대부분 기립했다. 문재인 의원은 기립해서
박수도 쳤다. 다만 문 비대위원장을 비롯해 정세균·이인영·은수미·전해철 의원 등 20여 명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목희 의원 등은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기 전 본회의장을 떠났다. 끝까지 본회의장을 지킨 유인태 의원은 "김성곤 의원이 '일어서는 게 좋지 않겠는가'라고 문자 돌린 게 전부"라며 "난 (노무현 정부 시절 정무수석으로) 청와대에도 있어 보고 해서. 작년에도 일어섰다. 국가원수가
연설하러 오는데 기립하는 게 예의지. 일어서지 않음으로 해서 우리가 특별히 얻을 것도 없고. 국민들 보기에 예의 없어 보이기만 하지. 몇 사람
빼곤 90% 일어선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의원들 모두 마음속에 갖고 있다"며 "다만
(기립하지 않은 의원들은) 세월호특별법과 소통 부재 등 박 대통령의 문제점에 대해 각자가 판단해서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 내용은 혹평하는 분위기였다. 문 비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방산비리 관련한 부분을 빼면 대통령 시정연설에서 박수칠 부분이 없었다"며 "여당은 어버이 수령 연설도 아닌데 박수 치지 않아야 할 때
시도 때도 없이 치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