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복 대기자]
사형 구형 여부와 그 대상에 관심이 쏠렸던 세월호 승무원들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이 답을 내놓았다. 검찰은 살인 혐의가 적용된 승무원 4명 가운데 이준석(68) 선장에게는 사형을, 1등 항해사 강모(42)씨·2등 항해사 김모(46)·기관장 박모(53)씨에게는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찰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가 입증됐다고 자신했다. 부작위 범죄가 성립하려면 피고인의 보증인적 지위가 인정돼야 한다.
보증인적 지위란 일정한 법익이 침해되는 결과 즉, 피해 발생을 막아야 할 특별한 지위를 말한다. 검찰은 해운법에 따른 세월호의 운항관리 규정, 수난구호법을 근거로 이 선장 등의 보증인적 지위를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월호가 침몰하고 승객이 선내에 대기하는 상황을 인식했고 구조가 용이한데도 승객들이 사망할 수 있는 상황을 방관했고, 퇴선 준비 등 구호조치를 이행하지 않아 대규모 인명피해를 발생시킨 점을 검찰은 살인죄 입증의 근거로 삼았다.
선장 등은 승객 퇴선 명령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수시로 바뀌고 논리적이지 않은 진술은 책임을 피하기 위한 허위라고 검찰은 단정했다. 다만, 이들 4명은 선내 지위를 핵심으로 한 양형 요소에 따라 사형과 무기징역으로 구형량이 갈렸다. 검찰은 세월호의 총책임자인 선장은 가장 직접적이고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으로 분류했다.
승객이 모두 내릴 때까지 선박을 떠나면 안 된다는 선장으로서 의무를 다하지도 않고, 퇴선 후 구조활동도 없이 병원에서 신원이 드러날 때까지 스스로 선장임을 밝히지 않은 점 등이 크게 작용했다. 진심 어린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개선의 여지도 없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1등 항해사 강씨는 선장을 보좌하는 위치이자 평형수, 화물 등 적재 책임자이지만 해상교통관제센터와 교신으로 상황을 파악하고도 승객 구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수사기관에서 진술을 거부하고 이후에도 변명으로 일관하는 태도를 보였다면 사형 구형을 고려했으나 선장의 현장 지휘를 받는 점 등을 감안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2등 항해사 김씨는 선장이나 1등 항해사보다 지위가 낮고 퇴선 후 구조활동에 참여한 점 등이 참작됐다. 기관부 책임자인 기관장 박씨는 승객 구조 조치를 하지 않고 조리부 선원이 부상에 신음하는 광경을 지켜보고도 구조하지 않은 죄질이 매우 불량하지만, 침몰 사고의 원인을 직접적으로 제공한 갑판부 소속이 아닌 점이 반영돼 무기징역이 구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