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복 대기자]
강원도 속초와 인제를 연결하는 미시령터널이 혈세 먹는 하마로 전락하고 있어 재정지원방식을 변경해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27일 강원도 등에 따르면 2006년 민간자본으로 건설된 미시령터널은 개통 당시 도와 미시령동서관통도로㈜ 간 맺은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MRG)에 따라 연평균 25억원의 손실보전금이 지원되고 있다. MRG는 보장 추정수입과 실수입의 차액을 보전해 주는 것이다. 그동안 MRG가 재정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자 정부는 2009년 폐지했다.
문제는 2017년 서울∼양양 동서고속도로가 개통되면 미시령 터널 교통량이 급감하면서 도가 지원하는 보전금이 대폭 증가하는 데 있다. 강원개발연구원이 발표한 '동서고속도로 개통에 따른 미시령터널 통행량 변화예측'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동서고속도로가 개통하면 2036년까지 미시령터널 통행량은 개통 당시 예측한 교통량보다 82.91% 정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럴 경우 강원도는 미시령터널 운영사에 매년 평균 현재보다 10배 정도 많은 260억원대의 손실금을 지원해야 하며 2036년까지 5000억원이 넘는 혈세를 물어줘야 한다.
이처럼 미시령터널이 밑 빠진 독으로 전락할 형편에 놓이자 강원도와 지역 시민단체 등이 재정보전 방식을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속초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미시령동서관통도로의 지배회사인 국민연금 측에 재정보전 방식에 대한 재협상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성명을 통해 "국민연금공단은 미시령동서관통도로의 재정보전 방식을 운영비지원방식(SCS)으로 전환하는 등 변화된 금융여건과 사회적 환경을 반영한 재무모델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 국민연금은 무형자산인 관리운영권 감가상각금을 매년 매출원가에 포함해 상계하고 이를 현금화해 가져가고 있다"며 "반면 협약 당사자인 강원도는 막대한 재정 부담을 안고 있으며, 주민과 관광객은 ㎞당 전국에서 가장 비싼 통행료를 지불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미시령터널(3.7㎞)의 통행료는 소형차 기준 3300원이며 ㎞당 894원이다. 도는 미시령터널 이후 189억원을 지원했다.
강원도는 MRG 재정보전비율 79.8%가 현재 금융환경에 적합한지를 분석하고 미시령동서관통도로에 재협상을 요구했지만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강원도는 서울도시철도사업(9호선), 부산∼거제 간 연결도로, 인천 만월산터널 및 월적산터널 등 6개 민자사업이 MRG방식에서 SCS로 사업 재구조화된 사례가 있어 재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도는 협상에 응하지 않는 미시령동서관통도로에 올해 보전해야 할 19억원을 지급하지 않는 한편 재정보전비율을 낮추는 방안과 함께 소송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근 강원도의회 의원은 "강원도가 미시령터널 사업추진과정에서 동서고속도로 개통 변수를 배제해 5400억원이 넘는 재정지원금을 물게 됐다"며 "재협상이 되지 않을 경우 도민의 뜻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서명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