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복 대기자]
대북 전단 살포가 사회 갈등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대북 관계 악화를 우려해 정부는 자제를 당부하고 있지만 보수단체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전단 살포를 계속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북 전단을 성공적으로 날리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 준비와 함께 풍향 등 그날의 '운'도 필요하다. 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과 올해 세 차례 북에 전단 대신 식량을 날려 보낸 대한민국어버이연합 관계자에게 대북전단 살포의 전 과정을 알아봤다.
먼저 전단을 날리기 위해서는 크게 전단, 풍선, 수소가스 세 가지가 필수다. 전단·풍선·수소가스 준비팀으로 나뉘어 각각 2, 3명이 한 팀을 이룬다. 준비 기간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는 전단의 종류다. 전단은 '비닐 전단'과 '종이 전단' 두 가지로 나뉜다. 비닐 전단은 종이 전단보다 가벼워 한 번에 더 많은 양을 북에 보낼 수 있다. 또 물에 젖거나 번지지 않아 북에 뿌려졌을 때 효과가 더 좋다. 하지만 종이 전단 제작일(약 3일)에 비해 제작 기간(10∼14일)이 길고 비용이 3, 4배 더 많이 든다. 비닐 전단을 제작하려면 문구를 새길 동판을 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동판이 완성되면 두 장의 비닐 뒷면에다 내용을 새긴다. 그 뒤 얇은 코팅지를 두 장 가운데 넣고 붙이면 전단 하나가 만들어진다. 코팅지를 넣지 않으면 재질이 비닐이라 글자와 그림이 서로 겹쳐 보이기 때문. 종이 전단을 제작할 때에는 총 준비 기간이 짧게는 4일에서 길게는 일주일까지 걸린다.
비용도 전단 재질과 날리는 개수에 따라 달라진다. 최 교수는 "B4용지 크기의 최고급 비닐 전단을 만들기 위해서는 동판 제작비용만 300만 원, 전단 3만 장을 만드는 데 200만 원 정도가 든다"고 밝혔다. 전단 뭉치를 북으로 보낼 풍선은 시장에 있는 비닐 도매상에서 길이 12m짜리 대형 비닐을 1만∼2만 원에 구입한다. 풍선 하나를 띄우기 위해서는 40L짜리 수소가스 두 통이 필요하다. 수소가스 한 통은 2만∼2만5000원에 구입한다. 전단 살포 시점을 조절하는 타이머는 대량 구매 시 개당 5000∼6000원에 살 수 있다. 하지만 기본 준비물뿐 아니라 전단 살포 지점까지 회원들을 데려가는 교통비와 식사비까지 합치면 상당한 부대비용이 발생한다. 한 번에 30∼40개의 풍선을 날리는 데 드는 총 비용은 600만∼700만 원에 이른다. 전단 날리기 행사에 쓰이는 비용은 단체 회원들과 일부 뜻있는 독지가들의 기부가 대부분이어서 자금이 부족하면 행사를 연기하거나 취소하기도 한다.
전단 살포가 비공개로 진행되면 살포 당일 새벽 단체의 리더가 팀원들에게 장소를 알려준다. 기상 상태에 따라 풍선을 띄울 장소가 달라지기도 하고 미리 공지하면 장소에 대한 정보가 새 나가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장소가 결정되면 팀원들은 준비물을 트럭 등 차량에 싣고 이동한다. 북으로 날려 보낸 전단의 살포 시점은 타이머가 결정한다. 타이머는 크게 선풍기 타이머와 화학용액 방식 두 가지로 나뉜다. 선풍기 타이머는 대북 전단을 넣은 비닐 뭉치에 연결된 줄을 타이머의 고리에 건 뒤 미리 맞춰 놓은 시간이 되면 고리 방향이 바뀌면서 줄이 빠져나가 전단이 살포되는 방식이다. 화학용액 방식은 비닐 재질의 'U자'형 관에 쇠를 부식시키는 질산 등을 채운 뒤 관 안에 얇은 쇠줄을 넣는다. 그 뒤 쇠줄 양 끝에 전단 뭉치를 단 줄을 연결한다. 예를 들어 농도 60%인 질산을 굵기 2.25mm 쇠줄에 발라놓으면 약 40분 만에 쇠줄이 용해돼 끊어지는데 이런 방식을 타이머처럼 이용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대북 전단은 높이 약 8km 상공에서 살포된다.
최근에는 대한민국어버이연합과 탈북난민인권연합처럼 대북 전단이 아닌 식량을 북에 보내는 단체도 있다. 이들은 임진각에서 올해 세 차례 초코파이 3만 개와 새우깡 300개, 보리건빵 300개 등 총 1000kg가량 되는 남쪽의 대표적인 먹거리를 북에 보냈다. 회당 총 비용이 600만 원 들었지만 올 6월에 날린 식량 풍선은 황해북도 사리원에 있는 김일성 동상 근처에 살포돼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식량뿐 아니라 전단과 함께 중국 위안화나 미국 달러화(1달러짜리)를 넣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때는 지폐가 물에 젖는 것을 막기 위해 지퍼백에 넣어 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