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병 사건' 주범, 사형구형 받고서야 참회
[류재복 대기자]
자신의 후임이었던 윤 모 일병을 상습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28사단 윤 일병 사건' 가해 병사들이 법정에서 때늦은 참회의 눈물을 흘렸지만 유족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24일 오후 경기도 용인 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진행된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 결심공판에서 군검찰은 주범 이모(26) 병장에게 사형, 지모(21) 상병 등 병사 3명에게는 무기징역형을 구형했다.
이어진 피고인 최후변론에서 가해 병사들은 유족들에게 용서를 빌었다.
먼저 이 병장은 "윤 일병과 유족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며 "다 잘못했고, 내가 한 짓은 비난받아 마땅해 벌을 달게 받겠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고개 숙인 채 말했다.
지 상병은 "윤 일병을 때리라고 누가 시켰든, 시키지 않았든 간에 나는 동료의 불행을 외면했다"며 "벌을 달게 받고 죽어서도 반성하겠다"고 울먹였다.
지 상병과 함께 무기징역형을 구형받은 하모(22) 병장과 이모(21) 상병도 윤 일병 유족에게 사죄하며 눈물 흘렸다.
분대장이었던 하 병장은 "다른 병사들의 행위를 막을 수 있는 위치에 있었음에도 나에게 해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이기적인 마음에 모른 척하고 가담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어 "윤 일병이 쓰러진 뒤에도 잘못을 감추려고 거짓말하고 은폐해 마지막 양심까지 저버렸다"며 "다른 누구보다 내 잘못이 크고, 못난 분대장을 만나 이렇게 된 윤 일병에게 사죄한다"고 흐느꼈다.
이 상병은 "군 생활의 첫발을 내디딘 윤 일병을 도와줬어야 하는데 어리석은 짓을 저질러 윤 일병과 유족에게 죽을죄를 지었다"며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사죄했다.
피고인 가운데 유일하게 부사관 간부 유 하사는 윤 일병과 유족에게 사죄하는 것은 물론 군의 명예를 실추시킨 데 대해서도 반성했다.
유 하사는 "분대를 이끌어 적과 맞서야 함에도 그러지 못하고 오히려 아군인 윤 일병과 유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고통을 줬다"며 "간부로서 전후방에 근무하는 장병들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유 하사는 윤 일병의 사망을 막지 못한 책임을 물어 살인죄가 적용되지 않았음에도 징역 10년의 중형을 구형받았다.
한편 윤 일병의 아버지는 이날 재판에서 "이 병장 사형 안 시키면 내가 죽는다"며 절규했고, 윤 일병의 누나는 재판이 끝난 뒤 "죗값을 달게 받으라"고 소리치는 등 사죄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가해 병사들이 최후변론을 할 때에는 별다른 동요 없이 차분하게 지켜봤다.
가해 병사들의 최후변론에 앞서 마지막 변론을 한 변호인들 중 일부는 재판부에 선처를 바라는 다른 변호인과 달리 "윤 일병의 죽음이 한 점 의혹 없이 밝혀지길 바랄 뿐 선처를 구하기에 지금은 너무 이르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