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경기도서 '안전문제' 추궁…예보 '유병언 채무탕감' 질타
국회는 22일 안전행정위와 정무위,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등 6개 상임위에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에 따른 안전문제를 놓고 경기도와 경기도지방경찰청을 상대로 집중 추궁이 이뤄졌다. 예금보험공사(예보) 등을 상대로 한 국감에서는 국감에서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에 대한 부실한 재산조사와 채무탕감이 도마에 올랐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의 한국방송공사(KBS) 등에 대한 국감에서는 KBS의 수신료 인상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안행위, 판교 환풍구 사고 '집중 성토'
안행위는 이날 경기도청에서 남경필 경기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증인으로 출석한 가운데 경기도에 대한 국감을 실시했다. 국감에서는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와 관련한 부실한 안전관리와 책임소재에 대한 질타가 잇따랐다. 새정치민주연합 강창일 의원은 "세월호 참사 6개월이 지났는데 소잃고 외양간도 고치지 못했다. 대체 무슨 꼴인가"라며 "경기도 안전기획관(3급) 역시 전형적인 행정 관료로서 전문가가 아니다. 사고 이후 보상문제로만 뛰어다녔는데 안전기획관 자리가 보상 협의를 위한 자리인가"라고 지적했다.
같은당 김민기 의원은 "주최 측인 경기과학기술진흥원 내부 문건을 보면 당초 행사장에 3000명 이상 올 것으로 예상했으나 성남시에 보낸 장소사용 신청 문서에는 2000명으로 명기됐다"며 "3000명 이상일 경우 재해 대처계획을 세워야 하기 때문에 이를 피하려는 꼼수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황인자 의원은 "경기도와 성남시가 주최기관에 포함돼 있는데 사고 이후 빠져나갈 구멍만 찾고 있다"고 지적했고, 같은 당 강기윤 의원은 "안전을 위해 환풍기 주변에 차단시설을 설치하도록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추궁했다. 오후에 이어진 국감에서는 환풍구 추락사고 당시의 미흡한 초기대응 문제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은 "사고 직후 현장에 출동한 소방이 우왕좌왕하는 바람에 골든타임을 놓쳤다"며 "사망자로 추정했던 12명 중 생존자가 있었으며 사고 발생 95분이 지나서야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말했다.
현장에 도착하고도 구조까지 16분의 소중한 시간을 허비한 사실도 드러났다. 정 의원은 "경찰과 소방조직이 현장 진입과 구조상황에 대해 보다 원활하게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했다면 16분의 시간을 아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생존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응급환자부터 병원에 이송한 것은 재난 구조의 ABC도 모르는 행태"라고 질타했다.
이날 자리에서는 증인으로 출석한 이재명 성남시장의 답변 태도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시장은 여당 의원의 질의에 웃음을 보이면서 "기가 막혀 웃었다"고 답변을 해 여당 의원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새누리당 강기윤 의원은 "이재명 성남시장은 (사고현장 주변에서 열린) 행사 축사를 제의받았는데 행사장 규정 등에 대한 안전점검을 했어야 하지 않았느냐"며 압박했고, 답변할 기회를 놓친 이 시장은 웃음 띤 얼굴을 보였다.
이에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이 "이 시장, 지금 왜 웃느냐. 국감장에서 웃음이 나오냐"고 추궁하자 이 시장은 "답을 할 시간을 주지 않아 기가 막혀 웃었다"고 발언해 여당 의원들의 공분을 샀다. 여당 의원들의 쏟아지는 비판에 이 시장은 끝내 "제가 사과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정무위, '유병언 재산 부실조사·채무탕감' 추궁
정무위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예금보험공사·자산관리공사(캠코)·주택보증기금·신용보증기금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유병언 전 회장의 채무탕감'을 질타했다. 예보는 2010년 유 전 회장의 147억원 채무 중 140억원을 탕감해준 바 있다.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은 "건강보험공단에서 예보에 유 전 회장이 급여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까지 했지만 아무것도 못했다"며 "예보가 7번을 조사하고도 아무것도 못 찾아 낸 것은 무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상직 의원은 "예보가 자신들의 업무를 충실히 했다면 유병언 전 회장의 재산 추적 및 회수가 가능했다"며 "예보의 직무유기 속에 유 전 회장이 거금을 벌여들였던 만큼 예보는 직무유기에 대해 분명히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도 "예보가 당시 '별도의 재산이 발견되면 감면 내용을 무효로 하고 채무 전액을 상환하겠다'는 각서만 받고 감춰둔 재산에 대한 조사는 벌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에 김주현 예보 사장은 "일부 미진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세모가 법정관리를 신청했던 1997년 유 전 회장이 수감 중이었기 때문에 부실 책임자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김 사장은 유 전 회장의 재산 회수 문제에 대해 "유 전 회장이 국내에 숨겨둔 840억원과 해외에 감춘 100억원 규모의 재산을 발견해 확보했다"며 "아직 조사단계이기 때문에 회수문제는 이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낙하산 인사 문제도 거론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은 "주택금융공사 사장과 부사장은 초대 정홍식 사장을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모두 낙하산 인사로 이번에 내정된 김재천 사장도 한국은행 부총재 출신"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기식 의원도 "지난해 12월과 올 1월에 임명된 상임·비상임이사 모두 새누리당 국회의원 국회 보좌관이나 당직자 출신"이라며 "특정 인사들을 위한 정권 로비용 낙하산 인사"라고 말했다.
*미방위, KBS '수신료 인상' 문제 도마
미방위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한국방송공사(KBS)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수신료 인상 문제를 주요 쟁점으로 다뤘다. 여당 의원들은 KBS의 수신료 현실화가 시급하다고 한 목소리를 낸 반면, 야당 의원들은 수신료 현실화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공정성 확보가 우선시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이군현 의원은 "'선(先) 신뢰 후(後) 수신료 현실화'는 결국 수신료 현실화를 중단하겠다는 것 아닌가"라면서 "신뢰 회복이 중요하지만 굉장히 추상적인 것이다. 수신료 현실화를 어떻게 할 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당 조해진 의원 역시 "내년 상반기까지 (수신료 인상을) 끝내지 않으면 총선이 다가오기 때문에 어려울 것"이라며 "타 매체의 비판적 시각과 여론을 설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은 "수신료 현실화가 필요하다는데 대해 부정하거나 옳지 않다고 지적할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KBS가 국민들에게 부담을 좀 더 요청하면서 요청이 수용 될 수 있을 정도로 신뢰와 공감을 받고 있느냐"라고 지적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와 홍도 유람선 사고와 관련된 보도를 놓고 재난주관방송사로서의 KBS 역할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새누리당은 조해진 의원은 "세월호 참사 보도로 많은 문제점이 노출됐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참사 보도를 하는 데 있어서 접근하는 방식이 달라지지 않았다"며 "시청률 경쟁으로 가다보니 흥미 위주, 경마식 보도, 특종 경쟁이 없어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최원식 의원은 "세월호 사고, 홍도 유람선 사고 등에서 최악의 보도 참사를 내는데 KBS가 앞장섰다"며 "재난주관방송사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한편 국방위는 진해에서 해군특수전전단(UDT)와 해난구조대(SSU), 함정·해군군수사령부 등을 상대로 국감을 진행했다. 이밖에 농해수위는 울산항만공사에서 부산항만공사와 인천항만공사, 울산항만공사, 여수광양항만공사, 부산항보안공사, 인천항보안공사 등을 대상으로, 환노위는 수도권매립지에 대한 현장 국감을 실시했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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