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복 대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개헌 봇물' 발언이 당청 갈등으로 비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 대표 측은 최대한 반응을 자제하는 한편 청와대의 진의 파악에 나서는 모습이다. 김무성 대표는 21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자신의 '개헌 봇물' 발언을 비판했다는 보도가 전해진 직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체 앞으로 개헌에 대한 얘기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면서 "지금도 어떠한 경우에도 얘기할 생각이 없다"고 언급을 피했다.
익명으로 보도된 청와대 참모의 발언에 당 대표가 맞대응하는 모양새가 보기 좋지 않고 자칫 당청 관계에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대표 측은 김 대표를 정면으로 겨냥한 듯한 이날 발언을 예상치 못한 듯 '당황스럽다'는 반응도 보였다. 개헌 발언에 대한 김 대표의 의도가 잘못 전달된 부분을 충분히 해명하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공식 사과한 것으로 마무리된 문제가 아니였냐는 거다.
김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김 대표는) 개헌 문제가 대통령과 밀접하게 상의하면서 나갈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발언이 나온 바로 다음날 사과한 것도 그 이유 때문인데 왜 이런 반응이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 사정에 밝은 새누리당 한 국회의원은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사견을 피력하지는 않았겠지만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한 것인지, 아니면 과잉 충성심으로 경솔하게 발언을 한 것인지 확인이 필요하다"면서 "이렇게 커질 문제가 아닌데 김 대표와 청와대 양쪽 모두 실수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문제가 당청 갈등이 본격화되는 것으로 비춰지는 것 또한 우려했다. 국정감사가 끝난 후 정기국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비롯해 산적한 현안을 처리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김 대표와 청와대가 긴밀한 공조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지난 8일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독대해 경제활성화 법안 통과를 논의해 당정, 그리고 박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킨 것으로 봐야 한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또 지난 19일에는 김 대표와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정홍원 총리, 김기춘 청와대비서실장 등이 총리 공관에서 비공개로 고위 당정청 회의를 열고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연내 처리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도 예로 들었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정기국회에서 법안 처리를 위해 청와대가 사실상 이완구 원내대표 뿐 아니라 김 대표와 협조해 나가려는 것"이라며 "김 대표가 정기국회를 내팽개치고 의도적으로 개헌 이슈를 꺼내 '블랙홀'을 만들려고 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또다른 새누리당 의원은 "당무에서도 김 대표가 청와대와 충분히 조율해 나가고 있다"면서 "김 대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일부 친박 의원들이 이러한 사정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앞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김 대표가 중국 순방 일정 중 개헌 시기와 방향에 대해 언급한 것을 두고 "당 대표 되시는 분이 실수로 언급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기자가 노트북을 갖다놓고 받아치는데 그런 상황에서 개헌과 관련해 언급한 것은 기사화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말씀하신 게 아니냐. 그렇게 생각하는 게 정상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러나 "정식 기자간담회가 다 끝나고 식사하는 시간에 저와 같은 테이블에 있던 기자와 환담하던 중 개헌에 관한 질문이 있었다"며 "민감한 사항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어야 하는데 제 불찰로 생각한다"고 개헌 발언에 전혀 다른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