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복 대기자]
북한이 남북 대화국면 와중에도 잇따라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도발을 감행하는 배경이
주목된다. 지난 4일 북한 최고위급 실세들의 방남 이후 남북대화 분위기가
형성됐으나 북한은 경비정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7일)과 우리 민간단체가 날린 대북전단을 향한 총격(10일) 등의 도발을 감행했다.
또 18일에는 강원도 철원지역 비무장지역(DMZ)에서 북한군 10여명이
군사분계선(MDL) 선상까지 접근해 우리 군의 경고사격을 받고 돌아갔다.
나아가 19일에는 경기도 파주지역 DMZ에서 전날과 같이 북한군이 MDL에 접근해 우리 군이
경고사격을 했고, 이번에는 북한군이 대응사격을 해 남북 GP(비무장지대 내 소초) 간 총격전이 발생하기도 했다. 남북 간에 총격전이 발생한 것은 지난 10일 경기 연천지역에서 북한군이 대북전단을 실은 풍선을 향해
14.5㎜ 고사총을 발사해 이 중 13발이 우리 측 지역에 떨어져 우리 군이 대응사격을 한 이후 9일
만이다.
북한 최고위급 실세의 방남 이후 우리 정부가 남북 2차
고위급 접촉을 갖자고 북측에 제의하고, 북측의 제안으로 지난 15일 남북 군사당국자 접촉이 성사되는 등 남북 대화국면이 조성됐는데도 북한은
군사적 긴장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셈이다. 합참의 한 관계자는 19일 "북한이
군사분계선에 접근해 우리 군이 경고사격을 한 것은 올해 들어 수차례 있었지만 북한군이 대응사격을 한 것은 오늘이 처음"이라며 "우리 군이
DMZ에서 작전적으로 어떻게 대응하지는 떠보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파주지역 DMZ에서 북한군 10여명이 최초로 식별된 것은 오전 8시10분으로 이들이 MDL로
접근하자 우리 군은 7차례의 경고방송을 했다. 오후 5시40분께 일부 인원이
MDL 선상까지 다가오자 우리 군은 경고방송에 이어 경고사격을 했고, 곧바로 북측 GP로부터 총성이 들렸고 우리 군 GP 고가초소에서 북측이
사격한 2발의 피탄이 발견됐다. 우리 군은 오후 5시45분과 5시50분께 두
차례에 걸쳐 북한군 GP를 향해 기관총 수십 발로 대응사격을 했다.
지난 7일 서해 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도 우리 해군 함정의 경고사격에 대응사격을 해 남북 함정
간 사격전이 발생했다. 북한 경비정은 우리 해군 유도탄고속함을 향해 수십 발의 기관포를 쐈고 우리 함정도 76㎜와 40㎜로 각각 수십 발의
대응사격을 했다.
우리 군은 NLL을 월선한 북한 함정에 대해 올해 들어
6회에 걸쳐 경고사격을 했지만 북측 함정이 대응사격을 한 것은 그날이 처음이었다. 이 때문에 NLL 사격전이나 대북전단을 향한 고사총 발사는 물론 이틀 연속 이뤄진 북한군의 MDL
접근 등이 모두 의도적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최전방 지역에서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것은 지난 15일 판문점서 열린 남북 군사당국자 접촉 결과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고 남북 2차 고위급 접촉을
앞두고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남북회담을 앞두고 군사적 긴장을 조성해 회담장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이려는 의도로 분석된다"며 "지난 15일 남북 군사당국자 접촉
내용을 공개한 것도 북한이 회담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총격전은 최근 공개행보를 재개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40일 잠행' 이후
처음으로 군부대를 방문했다는 보도가 나온 시점에서 이뤄진 것이기도 하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항공 및 반항공군 제1017군부대와 제458군부대 전투비행사들의 도로비행장
이착륙 훈련을 현지지도했다고 이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