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로펌, 국정감사를 좌지우지?
[류재복 대기자]
대형 로펌들이 국회 국정감사에까지 영향력을 끼치며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 기업을 상대로 '증인 컨설팅'을 하면서 국감 증인 채택·출석·사후조치 전(全) 과정에 개입하는 것이다. 로펌들은 명목상 의뢰인에 대한 '리스크 매니지먼트(위기 관리)'를 이유로 입법부 업무로 자문영역을 확장하는 추세다. 특히 증인 채택 과정의 경우 고위 공무원 출신 로펌 고문·자문위원 연줄이 동원되는 등 은밀한 로비 양상을 띠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로펌들은 크게 증인 채택·출석·사후조치 3단계에 걸쳐 기업 국감 업무에 관여하고 있다. 우선 '증인 빼주기' 로비가 첫 단계다. 전관(前官)들이 즐비한 로펌 내 혈연·지연·학연 등 인적 네트워크를 동원해 특정 기업인 증인 배제를 위해 발로 뛰는 식이다. '기업인(의뢰인)→변호사(중개인)→국회의원(로비 대상)'을 수순으로 3자만 알 수 있는 비밀스러운 로비가 이뤄진다.
로펌과 기업에 모두 밝은 한 관계자는 "기업인들이 증언대에 서기 난처한 경우 '일빽(로비), 이도(해외 도피)'다. 그래도 안되면 병원에 눕는다"고 말했다. 국회 관계자는 "국감 증인을 실무진이 추리는 단계에선 (기업) 대관(對官)팀이 뛰는데, 로펌은 그 수준이 아니다. 의원들에게 다이렉트로 (로비가) 간다"고 전했다. 이는 법조인들이 국회에 다수 진출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5공 당시 육사·법대 출신들이 정치권에 포진하면서 나온 '육법당'에 빗대 최근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법조당'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두 번째로 증인 출석이 불가피하다면 '논란의 핵'을 피하는 게 차선이다. 로펌들은 고객들이 국감에서 집중 조명받는 '직격탄'을 피하기 위해 의원실과 수시로 교감한다. 의원별 성향을 파악해 예상질문·답변을 준비하는가 하면 출석 전 '예행연습'도 한다. 국감 당일에는 변호사를 직접 대동하고 외부에서는 현장 모니터링을 하며 돌발상황에 대비한다.
끝으로 사후조치도 중요하다. 국감 발언을 토대로 정부기관 조사나 위증 시 국회 고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 로펌들의 국감 관여는 점차 이들이 국회 의사결정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한 변호사는 "소송을 아무리 해도 안되는 것이 있으면 의뢰인에게 '우리가 법을 바꿔드리겠다'며 입법 시도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로펌들마다 앞다퉈 국회 사무처 직원, 의원실 보좌관, 정당 관계자들을 영입하는 것도 이 같은 영역 확장의 일환이다.
일부에서는 '증인 빼주기' 대가로 금전이 오간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로펌들은 "국감 출석 전 상담을 하는 것은 정상적인 자문활동"이라며 이 같은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