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 주민 전단살포 막기에 나서
"정부 묵인으로 주민 피해 국민안전이 우선돼야"
[류재복 대기자]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대북전단 살포로 피해를 당하는 것은 결국 민간인통제선 인근 주민들입니다."
탈북자 단체가 살포한 대북 전단 풍선에 북한군이 쏜 고사총 총탄이 떨어진 경기도 연천군 중면 주민들은 11일 전단을 살포하는 탈북자단체나 정부 모두 주민의 안전과 생업을 도외시한다고 성토했다.
주민들은 스스로를 지키려 이날 오전부터 곳곳에서 외부인의 전단살포를 막는 일에 나섰다. 사건 하루가 지나면서 주민들은 외부인의 생업에 복귀했으며, 마을도 겉으로는 다시 농촌의 평온한 모습을 되찾았다.
그러나 횡산리 면사무소 인근 지하대피소 자리엔 총탄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고 군인들이 접근을 통제하고 있다. 특히 주민들은 '설마' 하던 북한의 도발로 실탄이 마을에 떨어지는 일이 벌어지자 불안해하면서 탈북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중면 주민 김모(50) 씨는 "지금까지는 대북 전단을 날려도 그러려니 했지만, 더는 참을 수 없다"며 "대북 전단보다 국민의 안전이 우선 아닌가"라며 분노를 표했다.
면사무소 인근에서 식당을 경영하는 전모(46·여) 씨 역시 "대북 전단 살포를 막아 달라고 수없이 요청했지만, 정부에서는 막을 근거가 없다며 속수무책이었다"면서 "정부가 묵인하는 사이에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주민들"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결국, 아무도 믿지 못하게 된 주민들은 아침부터 직접 대북 전단 막기에 나섰다. 주민들은 오전 8시부터 탈북자이자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장'인 이만복 씨가 2년 전부터 풍선을 날려온 중면 돌무지 무덤과 합수리 능골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길을 트럭과 트랙터로 막았다.
또 전단살포를 하려는 외지인들이 있지나 않은지 곳곳을 살폈다.
임재관 중면 면장은 "탈북 단체의 풍선 가스 충전용 차량이 못 들어오게 막은 것"이라고 설명하며 "대북 전단 살포 때문에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한 만큼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전단 살포를 막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민복 씨 등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회원들은 이날도 전단 풍선 날리기를 계속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씨는 당초 연천지역에서 전날 미처 날리지 못한 풍선 15개를 날리려 했으나 주민과 경찰의 제지에 막혔다.
이들은 여기저기 장소를 옮겨 다니다 오전 11시께 경기도 포천시 산정호수 인근에서 풍선 1개만을 날리고 귀가했다. 이 씨는 "전단을 안 날린다고 도발을 안할 북한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오늘은 경찰이 너무 강하게 막아서 돌아왔지만, 북한 주민의 알권리를 위해서 비공개로 전단 날리기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0일 탈북자 단체가 날린 대북 전단 풍선을 향해 북한이 총격을 가하고 우리 군도 대응 사격하는 과정에서 북한군 총탄이 연천군 일대 우리 측 군사지역뿐만 아니라 민간인 거주 지역에도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