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복 대기자]
2조원 규모의 내년도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을 두고, 정부와 일선 교육청이 서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교육청의 주장은 어린이집은 '보육기관'이지 '교육기관'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반해 정부는 교육청이 예산편성의무를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 7일 기자회견을 통해 2015년도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 중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 편성 전액을 거부한다는 뜻을 밝혔다. 내년도 전체 누리과정 예산 3조9284억원 중 어린이집 예산에 해당하는 2조1429억원의 예산 편성을 거부한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재정여건이다. 기자회견을 통해 협의회는 "전국 시도교육청의 재정여건을 감안해 누리과정 등 정부시책사업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아니라 반드시 중앙정부가 부담해 지방교육 재정을 정상화해달라"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확실한 선을 그었다. 각 시도교육청은 관련 법령에 따라 누리과정 예산편성의무를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기에 앞서 "교육감들이 국민과 어린이를 볼모로 정부를 위협하는 결과가 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최 부총리는 "누리과정은 교육과 보육을 둘러싼 해묵은 갈등을 국민과 어린이 입장에서 해결하기 위한 개혁작업의 산물"이라며 "지난 2012년부터 유치원, 보육 일원화를 추진하며 전체 학생수 감소로 상대적 여유가 있었던 교육부문에서 재원을 조달하기로 합의해서 추진했던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협의회의 주장은 유치원은 교육부, 어린이집은 복지부로 나눠 영역 다툼을 벌이던 시절로 되돌아가자는 것과 다름 없다는 비판이다. 정부는 예정대로 내년도 누리과정 운영비 전액을 산정해 교부할 계획이다.
지방교육재정의 어려움에 대해서 최 부총리는 "올해 실적에 연동된 교육 교부금 정산에 따라 내년에 일시적으로 지방교육재정의 자금흐름이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1조9000억원 규모의 지방세 인수 등을 통해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가 전체의 재정여건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시도교육감도 재정운용의 효율화를 통해 어린이교육관련 재원확보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교육청은 이같은 대안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2015년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올해보다 1조3475억원(3.3%) 감소한 39조5206억원으로 편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