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한국은행 '독립성' 도마올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 첫날 한국은행 감사에서 한은의 '독립성'을 놓고 여야공방이 펼쳐졌다. 한은의 고유권한인 기준금리 결정에 정부와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야당 의원들의 질타에 여당 의원들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편을 들며 팽팽하게 맞섰다.
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이날 한은 국정감사에서는 지난달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은총재의 호주 케언즈 '와인회동'이 도마에 올랐다. 당시 최 부총리는 "(이 총재와) 금리의 '금'자도 얘기하지 않았지만 척하면 척 아니냐"고 발언해 논란을 낳았다.
이를 놓고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총재는 한은의 독립성을 와인과 함께 마셔버린 것 아니냐"고 강하게 질타했다. 최 부총리 취임 이후 정부정책 기조에 따라 이 총재가 '금리 인상'에 가까웠던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정해방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에게도 "기재부 차관 출신의 금통위원이 총재를 겁박해 총재 의견이 (금리 인하로) 바뀐 것 아니냐"고 화살을 돌렸다.
같은 당 김영록 의원도 "금통위 인사를 보면 '모피아'와 청와대 출신이 장악했다"며 "과연 중립성과 독립성이 요구되는 금통위에 걸맞는 사람들로 구성돼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난달 청와대 서별관회의를 언급하며 "법적 근거도 없는 비공식 밀실회의에서 금리인하를 논의한 것 아니냐"고 문제제기를 했다.
기재위 야당 간사 윤호중 의원은 "정부정책이 옳은 방향이라면 한은도 보조를 맞춰야 하겠지만 잘못된 방향이라면 국민경제 최후 보루 역할은 한은 총재"라며 "한은 독립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고 말했다.
김현미 의원 역시 "정부여당에서 추가금리 인하 요구가 있다고 해서 '척하면 척'하고 따라가는 한은이 되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한은이 올해 3월 '회사채시장 정상화방안'의 일환으로 실시한 통화안정증권 상대매출은 정부정책에 '코드'를 맞춰 예산을 지원하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90년대 후반 이후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상대매출' 규정을 구실삼아 사실상 시장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정부 예산을 투입해 진행해야 할 사업에 한국은행이 중립성을 잃고 발권력을 동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부총리의 '척하면 척' 발언이 계속 논란이 되자 이 총재는 다소 발끈해 "(최 부총리의) 발언 이후 시장의 여러 움직임을 나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독립성은 정부와 협조가 필요하다. 상대기구에 대한 역할과 의사결정에 대한 존중이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정부정책 공조와 한은의 독립성은 아무 관계가 없다며 이 총재를 두둔했다. 저물가·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금리인하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입장도 공공연히 내비쳤다.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은 "디플레이션 우려가 있을 때 경제정책 당국이 취해야 하는 정책 중에는 금리인하가 들어간다고 본다"며 "선제적이면 더 좋다"는 의견을 밝혔다. 나 의원은 "정부와 한은이 주기적으로 만나서 논의하는 걸 가지고 논란을 삼아서는 안된다"며 "한은이 자율적으로 금리를 정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조명철 의원도 "금통위원이 정부와 대화한다고 독립성이 훼손된다는 근거는 없다. 오히려 정부, 시장, 기업, 학자 등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상황을 파악한 뒤 판단만 객관적이고 독자적으로 내리면 된다"고 거들었다.
기재위 여당 간사인 강석훈 의원은 "우리나라 금리는 국제적으로 아직 높은 수준"이라며 "우리 경제가 내릴 수 있는 금리수준이 어디까지인지 한은은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에 이주열 총재는 "시장 영향을 우려해 공개는 하지 못하지만 소위 명목하한금리는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류성걸 의원이 "한은 독립성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지만 정부정책과 조화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하자 이 총재는 "거시정책 담당기관끼리 큰 그림에 엇박자가 있으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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